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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25. 2020

학년 전체에서 수학 혼자 백점

이런저런 이야기 11

  내가 중2 때부터 시험문제가 모두 객관식 시험에서 부분 주관식 시험으로 바뀌었는데 중2 때인 어느 날 수학선생님이 주관식 시험 연습을 하겠다며 시험지를 나눠 주셨다.


   커다란 시험지 종이에 딱 두 문제가 있었는데 두 문제가 모두 주관식, 지금으로 말하자면 서술형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그래도 잘 풀었는데 두 번째 문제가 잘 풀리지가 않아서 어느 정도 식을 쓰다가 그냥 찍었다. 그 당시 답은 보통 0과 1이 많아서 그냥 1이라 쓰고 시험지를 냈다.


  며칠 후 수학 시간. 선생님은 시험지를 채점해서 가져오셨다며 나눠 주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눠 주시기 전 2학년 전교에서 두 문제 다 맞은 백점 맞은 사람이 딱 한 명 있다며 이름을 호명하는데


"이 00가 누구지?"


  헉. '갑자기 내 이름을 왜 부르시지?' 놀라서 멍하니 있는데 선생님은 나 혼자 2학년 전교에서 두 문제를 다 맞았다고 하시는 거다. (아니 그럼 다른 친구들은 답을 0이나 다른 숫자로 찍은것이드냐. 나혼자만 1로 찍었다는 사실. 쿨럭)


그리고는

"00 이가 나와서 2번 문제 애들한테 풀어줘라" 하셨다.

'망했다.'


  일단은 칠판 앞으로 나가서 문제를 적고 어느 정도 식을 풀어보다가 다시 풀어보니 갑자기 잘 안 풀린다고 죄송하다고 하자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시며 문제풀이를 해주셨다.


  그 이후 수학 시간만 되면 선생님은 자주 나를 시켜서 문제를 풀어보라 하셨고 나는 창피를 당하지 않게 수학 예습을 해야 했다. 수학 실력이 보통이었던 애가 수학 잘하는 애로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중2, 3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곧잘 나왔지만 고2 때부터 수포자(수학포기)가 되었다.


  그런 수포자였던 내가 20대 중반부터 친한 지인이 개업한 초등수학학원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다가 나도 아이들도 잘 맞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 재미있고 보람이 있어서 정식 강사가 되었고 일산과 강남에서 10년 이상 초등수학강사의 경력을 쌓게 되었다.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것 투성이다. 흐흐.


우리딸의 수학책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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