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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14. 2023

병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이네

시시콜콜 육아이야기 57

  현재 초등 6학년인 큰 딸아이는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 편이다. 초등 3학년때부터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툭툭 내뱉는 말투가 나왔다.


  초등 4학년때는 밖에서 엄마인 나와 아빠를 만나게 되면 아는 체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나 서운했다. 그게 서너 번 반복이 되자 딸을 붙잡고 그러는 거 아니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엄마, 아빠가 부끄럽냐고 묻자 그게 아니라 자신과 엄마, 아빠가 가족이라는 것, 부모와 자식 사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 알게 하기가 싫단다. 그리고 자기도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며 딸아이도 울었다. 결론은 딱 하나. 사춘기라서.


  초등 5학년이 되어 새 학기의 시작과 동시에 초경을 시작하더니 더욱 예민해지고 까칠해졌다. 동생이 자신의 방에 들어오려고 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왜 나만', '왜 내가', '그게 아니라',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니요' 병과 '싫어' 병에 걸렸다. 놀러 가자고 해도, 옷을 사러 가자고 해도, 마트에 가자고 해도 다'싫다'라고 했고 뭐든지 '아니요'라고 할 때가 많아졌다.


  그래, 사춘기니까 백번 양보해서 그럼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 했고 7살인 둘째 아들만 데리고 다녔다. 그래도 가끔 가는 캠핑이나 온 식구가 함께 꼭 가야 하는 곳이면 마지못해 같이 가주곤 한다.


  옷 입는 취향도 달라졌다. 모든 옷의 색깔이 검정 또는 회색이다. 지가 무슨 무채색 인간인지. 쩝. 아주 가끔씩 흰색도 입긴 한다. 그래도 가끔은 기분전환하라고 사준 컬러감 있는 옷들은 절대 입지 않는다. 보풀이 심하게 난 트레이닝 바지를 버리고 새로 사줬더니 그걸 버렸다고 생난리를 친다. 허허. 그래, 사춘기니까.


  청개구리병도 걸린 듯하다. 엄마, 아빠의 말의 반대로 한다. 이거 입고 가라 하면 저거 입고 가고, 목도리 해라 하면 안 하고 가고, 이런 것도 배워보고 저런 것도 배워보라하면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뒤통수가 당기지만 사춘기니까, 아니 사춘기병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놓이고 포기가 된다. 그냥 사춘기가 아니라 사춘기병이니 지금은 못 고치니까 말이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했으니 일찍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에서 딸이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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