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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pr 30. 2023

여보, 케첩은 먹어도 되나?

이런저런 이야기 170

  남편이 며칠 전 건강검진을 했다. 재작년에 코로나 시국이기도 해서 불안한 마음에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았기에 올해는 꼭 받으라고 성화를 부렸더니 다행히 검진예약을 혼자서 잘하고 왔다.


  나도 작년 겨울에 받았던 터라 검진날까지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오죽하면 검진하다 쓰러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병원에서는 검진 5일 전부터 음식조절을 하라는 어마어마한 미션을 주었는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두부, 흰밥, 카스테라빵, 계란, 햄 이외에는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하루하루 핼쑥해지고 짜증이 늘더니 어느 날은 이렇게 물었다.


"여보, 햄에 케첩은 먹어도 되나? 두부에 간장은 먹어도 되나? 소금은 뿌려 먹어도 되나?" 라며 밥을 먹을 때마다 나에게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나도 하도 짜증이 나서 '검진 때려치워'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갈 정도였다.


  검진 전날은 흰 죽만 두 끼를 먹고 2시 이후는 금식이었다. 그리고 검진 당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속을 비우는 약을 먹고 설사파티는 시작되었는데 남편의 얼굴이 정말 못 볼 지경이었다. 사람이 5일 동안 이렇게 살이 빠질 수도 있고 아파 보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남편은 수면으로 위와, 대장내시경까지 포함해서 모든 검사를 잘 받았는데 대장에 있던 용종 1센티짜리를 떼어났고 위염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용종을 떼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제법 큰 용종을 떼어내서 위와 대장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상처가 나고 자극이 될 수 있으니 하루를 더 금식하라고 했고 남편은 절규했다. 그리고 남편은 기운이 빠진 채 누워만 지내다가 그날 저녁부터 몸살이 나기 시작했고 다음날부터 음식을 조금씩 먹고 하면서 회복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검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건강을 위해 더 노력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편은 하루는 계란프라이에 케첩을 엄청나게 먹어댔고 당분간 햄과 두부는 쳐다보지도 않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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