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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4. 2023

1호선이 왜 갈라져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 173

  어제 파주에 있는 친정집에 다녀왔다. 엄마가 다음 주에 가슴 쪽 재검사가 있어 위로와 응원차 간 것이었다.


  6학년 딸아이와 7살 아들의 등교, 등원을 하자마자 남편이 슝하고 나를 친정집에 태워다 주고 일을 하러 갔는데 자가용으로 가도 2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아빠와 엄마, 친정오빠와 조카가 좋아하는 먹거리들을 미리 잔뜩 사서 꽉 채운 상자를 들고 친정집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오다 보니 갑자기 몇 동 건물이었는지 순간 헷갈렸다.


  친정집에 올 때는 늘 남편,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왔었고 혼자서 온 것은 거의 처음인 듯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바로 문이 열리고 엄마는 진짜 왔냐, 뭐 하러 왔냐며 타박부터 하셨다.


  사실 7살 둘째 아들은 차멀미가 심했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려고 하면 토를 하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다. 그래서 친정에 자주 오지를 못했다. 거꾸로 아빠, 엄마가 우리 집으로 오시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빠가 쉬시는 날이나 주말에 심심하시다며 우리 집으로 놀러 오시곤 했다.


  이제는 첫째와 둘째 모두 학원을 다니다 보니 집에 오면 5시 이후가 되어 나의 자유시간이 늘어났다. 오래간만에 친정에 가는 것이니 남편은 하루를 자고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낮에는 부모님과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준비 중인 조카와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오빠와 오랜만에 술 한잔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점심과 저녁을 맛나게 요리해서 아빠, 엄마, 조카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오랜만에 내가 만들어 드린 요리를 맛있다며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했다.


  중간중간 딸과도 통화를 하고 6시쯤에는 둘째와도 통화를 했다. 그러자 둘째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통화소리를 듣던 아빠, 엄마는 둘째 걱정이 된다며 집에 가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

  

  나는 괜찮다고, 잠깐 이러다 말 거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좀 걱정이 되었다. 둘째 이 녀석이 또 엄마가 없음으로 인해 아빠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 하고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정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회사에 일이 생겨 집에 오면 11시쯤 된다고 말이다.


  그러자 부모님은 오늘은 그냥 집에 가라는 뜻인가 보다며 빨리 집에 갈 준비를 하라신다. 그러자 나도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조카에게 전화를 해서 집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조카가 알려준 대로 친정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네 정거장을 지나 금촌역에서 내렸다.


  금촌역도 처음 와봤고 경의중앙선을 타는 것도 처음이었다. 아무튼 50여분이 걸려 용산역에 내렸다. 1호선을 갈아타야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계속 확인을 하며 갔는데 5번 라인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또 반계단 더 내려가는 쪽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정말 복잡했다.


  게다가 노선도를 보니 우리 집으로 가는 중간 구로에서 1호선이 두 갈래로 갈라져있었다. 다시 조카에게 전화를 해서 또 물어봤다. 그러자 조카는 사람들에게 천안 가는 쪽이 어디냐고 물어보라 했고 방송을 잘 듣고 있다가 인천행 말고 천안행을 타라고 했다. 이거 원, 내가 아이가 된 기분이다. 기차도 지하철도 하도 오랜만에 타보니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바뀐 것도 왜 이리 많은지 원.


  방송이 나올 때까지 조카와 통화를 하고 확인을 한 후에 집으로 가는 열차를 다행히 잘 탈 수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집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단다. 허허. 다행히 그 시간에 자리는 많아서 바로 앉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 가고 있다고 말이다. 남편은 자초지종을 듣더니 알았다고 했고 집에서 20분 거리의 근처 지하철역에 아이들과 함께 마중을 나오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흥분을 하며 좋아라 했고 나는 마지막 1시간 40분의 자유시간을 마지막으로 잘 누리려고 했다.


  오랜만에 타보는 1호선. 옛날보다 엄청 많이 깨끗해졌네. 창문으로 밖이 보일 때마다 혼자 오붓하게 여행하는 기분도 참 좋았다. 애들 없이 혼자 하는 여행은 진짜 최고구나.


  하지만 이런 기분도 잠시뿐. 아빠, 엄마, 조카의 걱정스러운 카톡과 문자들, 첫째 딸아이의 카톡, 둘째 아들의 전화(아빠나 누나 전화를 이용해서)로 인해 조용하고 한적하게 여행 기분을 느끼려고 했던 내 계획은 다 무산이 되었다.


  잠시 후 도착하기 30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지하철역 앞에 도착해서 와 있단다. 애들이 하도 엄마 데리러 빨리 가자고 난리를 쳐서 왔다나. '당신도 참 고생이 많네. 쩝.'


  정확히 10시에 나는 남편차 안에서 아이들과 만났고 아이들은 기분이 엄청 좋았고 반대로 남편은 하루 만에 얼굴이 늙어 있었다. 두 아이를 보살피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흐흐.


  다음에는 진짜로 친정에서 하룻밤 자고 오리라 마음을 굳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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