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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27. 2023

남편이랑 싸우고 간 곳은

이런저런 이야기 177

남편이랑 말다툼을 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요즘 짜증을 많이 내는 남편. 남편도 갱년기인가?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해서 초6 큰딸이 집에 오자마자 그냥 나가 버렸다. 6살 둘째의 태권도 하원은 알아서 잘하라는 소리를 내던지듯 뱉고 나갔다.


어디를 갈까? 이참에 친정에 가서 2,3일 자고 올까?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나왔다. 화장하고 옷도 이쁘게 입고 가야 부모님들이 걱정을 안 하실 텐데.


도서관에 갈까? 아, 금요일은 휴무구나.

친구네 집에 갈까? 친구들 집은 이천, 인천, 서울. 쩝. 다 멀다. 가족들 있는 집에 갑자기 가서 자기도 그렇고.


별수 없이 카페나 가자하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새로 생긴 팥빙수 집이 보였다. 싸워서 속이 터지는데 시원하게 팥빙수나 먹어야겠다.


인절미팥빙수와 인절미토스트 세트를 시켰다. 음, 시원하고 고소하고 달콤하다. 열불 나던 속이 시원했다. 그런데 먹다보니 점점 추워졌다. 매장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게 돌아갔다.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빙수가 녹을까 봐 그런가?


아무튼 토스트는 다 먹었는데 팥빙수는 먹어도 먹어도 양이 줄지를 않았다. 이게 양이 이렇게 많았었나? 애들하고 먹을 때는 순식간에 없어지던데.


진짜 애들이랑 같이 왔으면 엄청 좋아했을 텐데. 포장해 갈까? 아니야. 더 있다가 들어가야지. 남편이 나 없이 애들을 케어하며 조금이라도 힘들다는 걸 느끼게 해 줘야지.  


그랬는데 빙수가게에 더 있기에는 너무 추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갈 곳이 진짜 없었다. 


내일 다시 가출을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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