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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20. 2023

엄마 지금 병원이야

이런저런 이야기 182

열흘 전 아침, 두 아이를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엄마랑 수다를 떨려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엄마 지금 병원에 있어. 오늘 아침에 입원했다."

라며 남의 일 얘기하듯이 말하셨다.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전날 저녁에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다가 살짝 미끄러지면서 어깨를 욕조에 부딪혔는데 꼼짝할 수가 없더란다. 충격이 심해서 그러겠지 싶어 하룻밤을 참고 다음날 아침에 정형외과에 갔더니 왼쪽 어깨가 부러지셨다고.


그전부터 어깨에 실금이 나있었는데 오십견이려니 생각하시고 한의원만 다니셨단다. 그러다 넘어지시면서 어깨뼈가 부러지셨던 것.


정형외과에서는 바로 큰 병원으로 가시라 했고 다행히 집 근처 5분 거리 종합병원에 입원을 하셨단다. 아빠도 엄마를 입원시키고 나에게 알려주시려 전화하려 했다고.


엄마는 이럴 때 참 씩씩하시고 긍정적이신 편이다. 걱정도 잘 안 하시고 이게 뭐 별일이냐고 수선이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시는 편이다. 그래도 자식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니까 바로 얘기를 하지 않으실 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나고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가끔은 딸에게, 아들에게 투정을 부리셔도 되는데 엄마는 그러질 않으신다. 아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맏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외할머니는 엄마가 스무 살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외할아버지는 오빠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은 중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시면서 사업을 하시다가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다. 그래서 엄마에게는 친정이 없다.


내가 성인이 되었을 무렵부터 친정이 없는 엄마가 불쌍하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아마 나였다면 참 힘들고 외로웠을 것 같다. 아마 엄마도 그러셨겠지. 그걸 이겨내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신 것 같다. 아니 강해 보이시는 걸 수도. 그런 엄마를 위해 이제는 내가 딸이 아닌 친정처럼 느끼게 해 드려야겠다.


엄마의 수술은 무사히 잘 되었고 일주일간 입원 후 엊그제 퇴원을 하셨다. 병문안을 갈 때마다 다행히 밝으시고 회복도 빨라서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깁스는 당분간 하고 계셔야 한다고.


빨리 뼈가 붙으라고 사골과 단백질음료를 왕창 드리고 왔다. 엄마가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

"엄마, 아프지 마요. 아직 효도를 많이 못했으니 다 받으셔야지."


https://brunch.co.kr/@sodotel/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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