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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수술을 마치고 15일 정도 입원 후 퇴원하신 엄마는 거의 두 달간의 깁스 생활을 하셨다. 다행히 병원에서는 수술도 잘 되고 뼈도 잘 붙고 있다고 했다.
깁스를 하는 내내 엄마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들을 드셨는데 약종류가 너무 많아 먹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리고 자꾸 힘이 나지 않고 잠만 쏟아진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엄마가 어깨수술후 먹는 약이 너무 세서 그런가 싶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그때 엄마는 어깨수술 후 유방암으로 인해 몸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엄마도, 나도 가족 모두 눈치채지 못했다. 어깨가 좀 좋아지고 깁스를 제거하고 나면 엄마를 모시고 다시 유방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말이다.
어깨 수술을 한지 두 달이 조금 지나 엄마는 팔의 깁스를 제거하셨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든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깁스가 없으니 너무 편하고 가볍다며 세상 편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퇴원을 하고 나서부터 잔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목감기려니 싶어 엄마는 집 근처 내과에서 약을 지어와서 드시면서도 기침이 너무 오래간다고 생각하셨다.
그리고 또 한두 달이 지났다. 엄마는 한쪽 가슴이 자꾸 가렵고 뭐가 만져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또 며칠 후에는 그 가슴에 대상포진이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친정이 두 시간 거리이고 내가 일을 하고 있어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엄마를 보러 간 날 엄마의 가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오른쪽 가슴에 오돌토돌한 것들이 많이 나있었고 딱딱한 몽우리가 크게 만져졌다.
나는 너무 놀라 엄마한테 빽 소리를 질렀다. 바로 병원에 가셔야지 왜 이러고 있으시냐고 말이다. 그리고 진작 말씀을 하시지 왜 가만히 계셨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했고 대상포진이라고만 생각을 하셨단다.
엄마는 그때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치매가 심했다는 것을 나와 가족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숫자, 돈, 날짜등과 관련된 것은 정확하게 셈을 하고 기억을 하셨기 때문이다. 다만 집안의 물건이 자꾸 없어지고 윗집에서 신문을 훔쳐본다, 윗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자꾸 난다는 말은 자주 하셨다.
그 말들을 그냥 흘러 듣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나이가 있으시니 그러시나 보다고 생각한 내가 지금도 원망스럽고 후회스럽다.
작년 엄마의 생신 때 돈이 나오는 케이크를 받으시고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