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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01. 2024

아빠와 함께 아빠옷을 처음 샀다

이런저런 이야기 194

엄마 없는 친정집에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 만에 다녀왔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6개월이 조금 넘었다.


친정에는 아빠와 오빠, 그리고 오빠의 딸인 20대 조카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과 같이 친정가족들에게 수제치킨도 만들어 주고 이제는 아빠 혼자 쓰시는 안방 장롱도 정리를 해드렸다.


아직 남아 있는 엄마옷들도 다시 정리를 하면서 버릴 건 버리고 내가 남겨두고 싶은 엄마옷은 따로 집에 가져가려고 챙겨두기도 했다.


그런데 옷장을 정리하다 보니 이상했다. 아빠의 겉옷들-점퍼나 외투류들이 가을, 겨울옷들은 많은데 봄, 여름용 옷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서야 아빠도 옆에서 요즘 계절에 입을 옷들이 별로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왜 그러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엄마의 겉옷들은 계절마다 다 보였는데 아빠의 겉옷들만 없다? 특히 봄, 여름용 옷들만 없다니 이상했다. 엄마가 아빠옷만 사지 않으셨을 분이 아닌데. 그러면서 갑자기 번쩍 드는 생각.


엄마가 유방암으로 몸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치매가 심해져 의심병이 생기셨더랬다. 게다가 의부증도 왔는데 엄마가 아빠의 옷을 버리거나 불태웠다는 말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아빠한테 모두 사드린 옷들이었는데 엄마는 갑자기 자신이 사준 옷이 아니라며 기분이 나빠서 다 갖다 버렸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엄마가 가을에 돌아가셨으니 봄, 여름동안 아빠의 옷들을 버려서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울컥한 마음도 생기고 아빠가 너무 짠해 보여서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아파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남편과 아빠를 모시고 엄마 납골당에 다녀오면서 친정집 근처 복합쇼핑몰에 아빠 옷을 사러 갔다. 주말이라 엄청난 인파 속에서 여기저기 매장을 다니며 아빠옷들을 여러 벌 샀다.


내 나이가 곧 50이 되어가는데 아빠와 함께 아빠 옷을 사러 다녀온 것이 태어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통은 엄마가 아빠의 옷을 사드리던지 아니면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서 친정집에 택배로 보내드리곤 했기 때문이다.


비록 사람이 많아 힘들고 지치긴 했지만 남편과 함께 아빠의 팔짱을 끼고 아빠 옷을 골라드리니 기분이 남달랐다. 아빠를 더 자주 많이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아빠한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아빠도, 아버님도, 어머님도 제발 치매는 절대 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엄마는 위에서 아빠와 내가 옷을 사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셨을 것 같다. 오늘도 역시 엄마가 참 보고 싶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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