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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화가 났다

#10

by 항상샬롬

엄마의 몸상태를 자세히 듣고 난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침잠에서 깨어나신 엄마의 얼굴을 보는데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아침식사를 하실 때 잠시 병원 건물밖으로 나갔다가 들어왔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 엄마의 몸상태.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고 숨 쉴 때 소리가 나는 것과 살이 좀 빠지신 것 빼고는 멀쩡해 보이시는 엄마인데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다니.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다.


엄마는 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빨리 병원을 가지 않으신 건지.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했으면 그냥 계시지 왜 도로 나오신 건지. 어깨수술을 하고 입원했을 때 병원 측에 유방암이라는 말은 왜 안 하셨는지. 치매증상이 있으면 더 검사를 해야지 등등 자꾸 엄마 탓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으니 내가 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엄마의 식사와 간식도 챙겨드리고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서 병원투어도 시켜드렸다.


병실에만 누워계시니 답답하실 것 같아 지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커피도 사드리고 1층 로비에 있는 멋진 그림도 보여드리고 엄마와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다.


보행보조기를 잡고 엄마와 복도 걷기 운동도 했다. 혈액순환이 잘되야 엄마 몸이 더 좋아진다고 했고 엄마도 다리운동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뼈까지 전이가 되서인지 엄마는 걷는 걸 힘들어하셨지만 헉헉거리면서도 열심히 천천히 잘 걸으셨다.


또 미리 준비해 간 스티커형 네일아트도 해드렸다. 원래도 이쁜 엄마손톱이셨는데 병원에만 있는 엄마의 기분전환을 시켜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못 해 드렸으니 엄마랑 같이 있는 이때에 딱 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챙겨갔는데 엄마는 진짜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담당자들과 간호사분들이 새벽부터 와서 엄마상태를 체크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는데 엄마는 늘 피검사를 제일 힘들어하셨다.


원래도 혈관이 잘 안 보이셨는데 워낙 많은 피검사를 하다 보니 혈관이 더 보이지가 않아서 간호사분들도 채혈을 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 나중에는 발등에까지 채혈을 했는데 엄마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채혈은 하지 않겠다고 폭발하셨다.


내가 이렇게 저렇게 설명을 하고 채혈은 꼭 해야 한다고 아무리 설명을 하고 애원을 해도 엄마는 며칠만 쉬자며 거부하셨다. 그런 엄마를 보니 또 속상하고 슬프고 화가 나고. 내가 엄마랑 함께 있는 일주일 동안 그것들이 반복되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일주일 후 케모포토를 삽입했는데 채혈이나 주사를 피부에 하지 않고 할 수 있어 그나마 엄마는 덜 힘들게 되셨다. 그런데 엄마는 케모포토 삽입도 유방을 치료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치매증상이 오락가락하셨다.


걱정이 되어 치매검사도 해보았는데 인지능력이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담당선생님은 항암부작용으로 섬망성 치매일 수도 있어 결과가 확실치가 않다며 나중에 다시 해보자고 했다. 기억력이 그렇게나 좋으셨던 엄마가 치매라니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가 잠시 낮잠을 주무시고 계실 때였다. 병실에서 엄마와 제일 친해진 환자분인 현직 사회복지사 어머니가 나를 병실밖으로 부르셨다. 엄마보다 나이가 서너 살 아래 셔서 나는 그분을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 어머니는 내 손을 잡으시더니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옆에서 엄마가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특히 채혈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깝다고 하셨다.


엄마가 마치 연구실에 실험대상자처럼 보이신다는 말을 하시면서 검사 같은 건 이제 그만하고 엄마를 편하게 해 드리는 방법도 생각해 보라고 했다. 요양원도 있고 요양병원도 있고 호스피스도 있다면서 본인이 아시는 모든 정보들을 자세히 알려주셨다.


나는 또 생각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하는 게 맞을지, 그 어머니의 말처럼 하는 게 맞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또 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에게도 그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고 다들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엄마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말이다.



네일아트를 받고 좋아하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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