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간병한 지 3,4일쯤 지난 어느 날 밤이었다. 새벽 1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엄마는 다행히 밤에는 새근새근 잠을 잘 주무셨다.
엄마걱정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엄마옆에서 간병한 지 3,4일이 되었는데 엄마의 전임교수님 그러니까 담당주치의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다.
부교수님은 몇 번 뵙고 잠깐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워낙 바쁘신 분이라 오래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몸상태가 어떠한지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궁금했고, 앞으로 또 어떤 치료들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가족들이 보호자로 돌아가면서 있어서 그랬는지. 엄마상태에 대해 서로에게 조금씩 들은 게 다였단 차라 궁금한 것을 다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간호사분들이 그새벽에는 그리 바쁘지 않으니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엄마의 병실은 복도 쪽으로 넓은 창이 있었는데 바로 앞에 간호사분들이 계신 데스크가 있었다. 그날은 엄마를 담당하는 간호사분 중에 그래도 제일 많이 친해지신 분이 있어 그분께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러 나갔다.
간호사님께 엄마의 병명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지, 엄마의 몸상태는 어떠신지 물었다. 간호사님은 머뭇거리시다가 컴퓨터 화면까지 보여주시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나는 너무나 놀랐다.
오른쪽 유방암이 진행이 많이 돼서 심각한 상태인데 폐, 겨드랑이, 뼈, 뇌, 혈액쪽까지 유방암이 전이가 많이 된 상태라고 했다. 거의 온몸에 다 전이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들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 놀랍고 어이가 없어서 눈물도 나오질 않았다. 폐와 겨드랑이 쪽에만 전이가 된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심각한 상태라니. 서너달 전에 유방암 2기였는데. 왜이렇게 갑자기 악화가 된 것인지.
잠시 나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리고 손이 덜덜 떨렸다. 간호사님께 또 물었다. 엄마 같은 케이스였는데 좋아지신 분이 계시냐고. 간호사분은 있었다고 했다. 그 대신 항암 치료를 엄청나게 많이 받으셨고 나이는 엄마보다 훨씬 젊으셨다고.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고 엄마가 열심히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게 해 보자고 했다.
간호사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너무 친절하고 자세하게 잘 알려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바로 엄마 옆으로 갈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엄마가..... 엄마가...흑흑...."
그 뒤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냥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오열을 하며 우는 내 목소리에 남편은 너무 놀라서 일단 진정을 하라고 했고 나는 심호흡을 좀 한 후에 남편에게 엄마의 상태를 말해 주었다. 남편도 역시 너무나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남편과의 전화를 끊고 아빠와 오빠에게도 전화를 해서 엄마에 상태에 대해 말해 주었더니 역시나 모두 놀랐고 아빠와 나는 같이 펑펑 울어버렸다.
그래도 엄마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고,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거라고, 내가 엄마를 살릴 거라고 아빠에게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