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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13. 2020

아줌마, 요구르트가 상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 15

  초등학교 때 학교 앞 가게는 내 생애 첫 단골집이었다. 등하교를 하면서 살게 없어도 들렸다가 나올 정도로 자주 가곤 했었다. '군것질할 게 있나?, 어떤 불량식품을 살까?, 지랄탄을 살까?, 오늘은 뭐 새로 나온 게 없나?' 하고 말이다. 가게 아줌마 하고도 친해져서 먹거리를 하나 사면 하나 더 서비스로 가끔 주시기도 할 정도였다.


  어느 날 가게 아줌마가 새로운 요구르트가 나왔다며 일명 신상을 소개해주셨다. 너무나 신기해서 바로 하나를 샀더니 빨대를 꽂는 게 아니라 뚜껑을 열어서 먹는 거란다. 그리고 스푼까지 주신다. 오 왠지 고급져 보인다.


  집에 오는 길에 빨리 먹고 싶어서 뚜껑을 열었다. 헉. 시큼한 냄새가 나면서 걸쭉하다. 상했다. 나는 바로 가게로 돌아갔다.

"아줌마, 요구르트가 상했어요."

"(보시고 냄새까지 맡으시더니) 어머, 진짜네. 기다려봐. 다른 거 줄게."


  나는 새것을 받아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또 뚜껑을 열었는데 또 상했다. 뭐야, 내 기분도 상했다. 다시 가게로 갔다.

"아줌마, 이것도 상했는데요?"

"아니 왜 그러지? 날이 더워서 그런가? 이상하네. 오늘 새로 나온 거라고 받았는데."


  아줌마는 그 자리에서 다른 걸 열어 보시더니 요구르트 영업사원이 다 상한 걸 줬다며 미안해하셨고 돈을 다시 돌려주셨다.


  그게 바로 떠먹는 요구르트인 요플레였다.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나왔는데 처음에는 시큼한 냄새와 걸쭉함이 적응이 안되었는데 계속 먹다 보니 그 맛에 반해 뚜껑을 먼저 핥아먹고 싹싹 다 긁어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요플레만 보면 초등학교 앞 가게 아줌마와의 해프닝이 떠오른다. 내일 애들한테 간식으로 요플레나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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