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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Feb 13. 2017

난 아직도 가끔 네가 생각나

봄날은 간다

“이제 우리 그만하자.”


어느 날 핸드폰으로 날아온 한 통의 비보. 비보라고도 하기엔 너무나 평범했던.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만나자. 우리.”  


한 동안 말이 없이 숨죽이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싫어.”

“왜?”

“오빠 만나면 난 분명 설득당할 거야. 그래서 싫어.”


그녀는 내게 설득당할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헤어져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문자 통보까지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만나. 그리고 헤어질 거면 내 얼굴 보고 다시 얘기해.”


일방적으로 장소와 시간을 통보하고 난 전화를 끊었다.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뒤로 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시간에 맞춰 나온 그녀와 나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쯤 물었다.


“헤어질 거야?”

“……응.”

“다시 물을 게. 정말 헤어질 거야?”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화가 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녀가 헤어지려는 이유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지쳐있었다. 점점 각박해지는 생활에 떠밀려 서로에게 소홀해져만 갔고, 서로가 익숙해지는 것이 싫다 말하던 그녀는 내게 가족만큼이나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

한 번 더, 한 번만 더 그녀를 잡고 싶은 마음을 나는 속으로 억눌렀다.    


“……그래. 알았어. 그럼 우리 그만하자.”


그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거리로 나왔다. 둘이 함께 걸어왔던 거리는 이제 혼자 나아가야 할 길만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보자.”


망설임 없이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내 품에 있는 그녀는 여전히 따뜻했다. 이제 다시는 이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이별했음을 실감했다.


“오빤 좋은 사람이니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그녀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난 혼자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너의 온기는 물론 기억마저 가물가물한 지금. 좋은 사람 만날 거라던 너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이별하는 이가 쉽게 들을 수 있는 상투적인 말. 불쑥 튀어나와버린 널 보며 왜 난 그 말이 떠올랐을까. 그때 대답하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불현듯 나타나버린 너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미련 없이 토해낸다.

 

“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난 네가 필요했어.”


그녀가 웃는다.


“그 말 뿐이야?”

“응. 그러니 이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미련이 남으면 잊을 수 없다 던 너. 하지만 넌 항상 나에게 미련이었다. 그럼에도 난 또다시 나의 봄날을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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