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일요일처럼 오늘도 10시가 넘어서 눈을 떴다. 컴퓨터에 앉아 신문기사들을 봤다. 그제야 오늘이 어떤 날이었는지 알았다.
3년 전. 한 후배가 내게 말했다.
“몸에 물이 닿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어요.”
나 역시 차가운 어둠 속에 갇힌 아이들을 느끼며 두려움과 슬픔에 몇 날 며칠을 헤맸다.
시간은 흘렀고 언제나 그렇듯 세간의 관심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잊지 말아야 했다.
잊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했다. 기억하기 위해서는 망각과 싸워야 했지만 정작 망각보다는 주변 시선과 맞서야 했다.
“그만하면 됐잖아?”, “뭘 아직도 달고 다녀?”, “다 끝났잖아.”
난 그들에게 기억해 달라 강요도, 부탁도 않았건만 왜 그들은 내게 잊으라 말하는 걸까. 그러나 미움도 관심이라 했던가. 이 질문마저도 남지 않은 지금, 내게 오늘은 어느새 기억한 채로 잊힌 날이 되어있었다.
슬픔이 가득했던 도시에도 어김없이 꽃은 피었다. 세 번째 봄이었다. 흩날리는 꽃잎만큼 모인 사람들.
그들은 말했다. 잊지 않았다고.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