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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May 17. 2017

어른이 된다는 게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술과 담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이?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는 것?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직위에 올랐을 때? 어느 하나 틀린 건 없지만 주변에 어리지만 나보다 어른스러운 친구를 보면 이 말도 영 맞는 거 같지는 않다.


갓 스무 살이 되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다. 같은 과엔 나이가 제법 있는 동기 형이 한 명 있었다. 형은 회사에 다니다 학업에 뜻을 두고 입학을 했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항상 점잖은 모습에 책임감도 강해 과대표까지 도맡았고 리더십도 출중했다. 거기에 사회 경험까지 있던 형은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런 형을 보며 처음으로 어른이란 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형이 어른스러운 건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형 정도의 나이가 되면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어른스러운 모습을 갖출 거 같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지금 난 당시 형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여전히 천방지축이고 실수투성이며 어른스럽지 못하다. 형이 어른스러웠던 건 나이를 먹어서,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저 형의 인품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일이다. 어릴 적 친구 녀석이 집으로 초대했다. 예전 같았으면 밖에서 만나 날이 밝아오도록 술을 마셨을 테지만 결혼하고 어느새 애까지 있어 집으로 부른 것이었다.
친구의 아이는 못 본 사이에 제법 자라 있었다. 걷지도 못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리저리 노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 모습이 제 아빠를 쏙 빼닮았다.


아이는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뛰놀다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누가 건드린 것도, 뺏은 것도 없거늘 왜 우나 싶었는데 기저귀 갈아야 한단다. 친구는 주섬주섬 새 기저귀 하나와 물티슈를 챙기고는 재빠르게 아이를 잡아다 눕혔다. 숙련된 솜씨로 기저귀를 벗기고 능숙하게 엉덩이를 닦아낸 뒤 새 기저귀를 채웠다. 철부지 아이였던 녀석은 어느새 아빠가 돼 있었다.

그 모습에 난 혼자 중얼거렸다.

  “허, 어른이네.”


녀석이 내 말을 들었는지 피식 웃는다.

  “그럼 인마. 어른이지.”


아무래도 아빠쯤은 돼야 어른이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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