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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Jul 05. 2017

꽁초 하나


사무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몸이 뻐근했다. 잠시 바람이나 쐬자며 1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주로 지하주차장과 이어진 쪽계단에서 쉰다. 계단 앞은 주차장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쉬기 좋다. 계단 옆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피고 그냥 버린 모양이다.

1층에는 담배 피는 곳이 있다. 쓰레기통 옆에 재떨이가 있어 흡연자들은 그곳에서 담배를 핀다. 건물에 흡연자가 몇이나 될까. 잘은 모르겠지만 퇴근시간 즈음 고슴도치가 된 재떨이를 보면 상당수가 애연가인 건 틀림없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재떨이는 더럽다. 쓰레기와 뒤엉킨 담배꽁초들이 보기 흉할 정도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재떨이를 제외한 주변은 깨끗하다는 점이다.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뛰어난 것인지 작은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담배꽁초가 버려져있다. 쪽계단과 재떨이의 거리는 불과 1미터, 시간상 10초가 안 걸리는 거리다. 

뭐, 급한 일이 있었나 보지.


가만히 바람을 맞고 있는데 한 남자가 내 앞으로 지나간다. 낯선 용모. 손에 들고 있는 소지품들. 짧은 반바지. 1층 상가에 온 사람인 것 같다. 

그는 내가 쉬고 있는 계단 옆으로 왔다. 누군가와 통화하며 담배를 핀다.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 담배도 짧아졌다. 자연스레 피던 담배는 땅에 버려졌다. 그가 떠나고 담배꽁초는 두 개가 됐다.

뭐, 재떨이를 못 봤나 보지.


오후 3시쯤 되면 언제나 졸음이 찾아온다. 하루 중 가장 지루한 시간. 다시 1층을 찾는다. 쪽계단에 앉고 보니 어느새 버려진 담배꽁초가 네 개로 늘었다. 

담배가 새끼 치나? 

계단 옆에 버려진 꽁초가 없었을 땐 아무도 이곳에 꽁초를 버리지 않았다. 선구자가 나타나자 그를 따르는 무리가 생긴 것이다. 꽁초 하나로 이런 사태가 생길 줄이야. 


나는 떨어진 담배들을 주워 재떨이에 버렸다. 퇴근할 때까지 계단 옆엔 담배꽁초가 버려지지 않았다. 진작 버렸다면 하나만 버렸으면 됐을 것을. 뻔히 보고도 줍지 않은 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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