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제한법(Life Limit Law)
불로화 시술을 받은 국민은 시술 후 100년이 지난 시점부터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 인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_1부 시작에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쓴 야마다 무네키(山田宗樹)의 첫 SF 소설이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야마다 무네키라는 작가를 전혀 알지 못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영화로는 알고 있었으나 원작이 소설인 건 책을 읽고 나서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흥미로운 설정 때문이었다.
백년법 속 세상은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다. 1949년에 개발된 불로화 기술 ‘HAVI(Human Antiaging virus)’의 도움을 받으면 인간은 늙지도, 병에 걸리지도 않게 된다.
죽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인간. 영생이라는 오래된 인간의 꿈을 실현시켰지만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무한한 삶에 의한 정체. 죽음과 탄생으로 순환되어야 할 사회가 영생으로 인해 멈춰버린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법안 하나를 발의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백년법(百年法)이다.
백년법은 ‘불로화 시술을 받은 날부터 100년이 지나면 모든 생존권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어야 한다’를 골자로 하는 생존제한법이다. 더 이상 인간의 수명을 운명이 아닌 인간이 관장함으로써 강제적으로 순환하겠다는 것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법안 시행은 국민 찬반투표로 결정하기로 한다. 여기서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본인을 죽이는 법안에 찬성할 수 있겠냐고. 미래를 위해서라면 찬성표를 던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안이 제정되면 그 시간부로 시한부가 된다. 이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백년법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다. 시간은 흘러 백년법 첫 시행이 있는 2048년이 되면서 이 책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100년간의 삶을 마치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는 이들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죽음, 즉 법을 피해 도망치는 사람.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을 정리하는 사람. 애초에 영생을 거부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늙어가는 사람. 책은 다시 한 번 독자에게 묻는다. 죽음을 앞둔 당신이라면?
백년법은 법안 제정을 위한 정치인 이야기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며 인간의 존엄성과 영생에 대해 말한다. 다소 무거운 소재지만 어렵지 않게 잘 녹여냈다. 무한한 삶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으리라. 그 호기심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이라면 영생을 포기하고 죽음을 택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