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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Sep 29. 2021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20대 때도 탄탄하고 탄력 있는 몸매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40대 중반에 들어서니 내 몸은 완전한 거미형 몸매가 되었다. 허리둘레는 날로 불어나고, 팔다리는 근육 없이 흐물흐물 해졌다.

운동해야지 해야지 하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운동을 하지 못할 이유가 수없이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다. 운동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방역에 충실하기 위해서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는 아주 좋은 핑계가 있었다. 마트도 가고, 지하철도 타지만, 운동은 방역을 위해서  수가 없었다.


둘째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전업주부로 지내면서 나를 위해 운동하는데 돈을 쓴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돈 안 들이고 하는 걷는 운동이 얼마나 몸에 좋은지 방송에서 인터넷에서 수시로 알려줬다.

하지만, 더워서, 추워서, 비가 와서, 피곤해서, 기분이 울적해서 등등 걷지 못할 이유도 수없이 많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도 못 걷는 날이 많았다.


세 번째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이라 수영장이 문을 안 연다. 가장 좋아하는 수영을 '어쩔수 없이' 못한다는 걸 누누히 강조했다. 누가 보면 대단한 수영 마니아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접영 25m에 영혼이 털리는 수준이다. 수영장이 문을 안 여니 더더욱 수영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네 번째 이유는 나는 생각보다 바쁘다는 거다. 전업주부지만, 종일 해야 할 일들이 늘어서 있다. 힘들게 운동하고 나면 하루가 너무 피곤해질 것 같다. 운동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나보다 백배 천배 바쁜 사람도 운동은 꼭 한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들으며 나의 게으름만 실감할 뿐이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운동 복장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요가, 필라테스 같은 운동은 레깅스를 입어야 하고, 배드민턴이나 탁구 같은 운동도 내가 소화하기에 만만치 않은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옷 때문에 운동을 못 하겠다.      


운동하지 못하는 위의 다섯 가지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그냥 하기 싫다’라는 거다. 

하기 싫었지만, 너무 하기 싫었지만, 나는 큰 용기를 냈다. 무려 레깅스를 입고 필라테스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구에 내 몸을 넣고 사지를 쭉쭉 늘이고, 내 몸의 중력에 맞서 다리를 들었다 내렸다, 팔을 들었다 내렸다 다.


필라테스 교실에 제발 거울이 없었으면 좋겠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눈뜨고 봐줄 수가 없다. 필라테스 선생님도 세상에 이런 몸뚱이도 있나 하며 웃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을 거다. 필라테스 선생님은 몸매도, 마인드도 프로페셔널이다. 절대로 웃지 않고 ‘회원님, 다리를 살짝만 더 들어 보실게요.’ ‘회원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하며 언제나 친절하면서도 진지하게 나를 지도해 주신다.

나를 불쌍해하지도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고, 거리와 선을 지키는 참으로 적절한 지도를 해 주신다.    

  

이제 필라테스를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아직도 하고 나면 눈이 퀭해지고, 다리가 제멋대로 후들거리며 움직인다. 처음 한 달 동안은 필라테스를 하고 오면 종일 누워만 있었다. 겨우 50분 동안의 운동이지만,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고강도 운동이었다. 필라테스를 하고 나서는 다른 약속을 잡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겨우 밥을 먹고, 누워 자는 일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여전히 눈이 퀭해진다. 그래도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다. 크나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체력이 조금씩 좋아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레깅스도 이제 별로 민망하지 않다. 아직도 동작하는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은 괴롭지만, 이것도 적응이 되어간다.

싸게 해 볼 거라고 6개월 치를 현금 주고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이제 달 남았다. 넉 달 후에도 필라테스를 또 등록할지는 6개월 동안의 내 몸의 변화에 달려있다.

나도 넉 달 후 내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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