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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로 Nov 02. 2021

'백신 패스' 라구요?

그럼 내 필라테스 회원권은 어떻게 되나요?

   

오늘도 딱 죽겠다 싶을 때 운동이 끝났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내 몸뚱이는 50분동안 강사가 시키는 대로 최선을 다했다. 근육 이곳저곳이 아프지만, 열심히 따라한 내가 참 기특하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도 이제 석 달이 지났다.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개운해지는 느낌이 좋아 꾸준히 해 보리라 다짐하며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운동을 마치고 필라테스 센터 사장님이 날벼락같은 말씀 하셨다.      


2주 후부터는 백신 2차까지 접종하신 분만 운동하실 수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백신 패스 제도가 나한테도 직격탄을 날릴 줄이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사람만 필라테스 센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며 울상을 지으셨다. 사장님은 규제가 완화된 게 아니라 더 강화된 거라며 한숨을 쉬셨다.

나는 싸게 운동을 할 거라고 50회를 한꺼번에 결제 해 두고 이제 절반 정도를 사용했는데, 못 오게 하면 내가 산 회원권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백신 못 맞을 신체적 사유가 있으면 의사 진단서를 첨부하시면 됩니다.”

“아직 안 맞고 싶어서 안 맞은 사람은요?”

“아, 네, 그런 경우는 환불은 안되고 기간 연장은 가능하세요.”


원래는 6개월 내 50회를 모두 사용해야 는데, 백신 패스 제도가 없어질 때까지 연장을 해 준다고 했다.

백신 패스 제도1년동안 계속 되면 나는 사 둔 회원권 1년을 썩혀야 하고, 백신 패스가 쭈욱 이어지면 나는 내 회원권 절반값을 날려야 한다. 만약 1년이상 계속 되면 필라테스 센터도 망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연신 울상을 짓고 있는 필라테스 사장님에게 당장 환불하라는 말은 입이 떨어지지 않아 그대로 나왔다.      


아, 진짜!     


코로나 기간 동안 아이는 거의 2년을 온라인 수업을 했다. 나는 열심히 삼시 세 끼를 대령하고, 집에서 풀어질 대로 풀어진 아이들을 다 잡으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다.

여행도 거의 가지 못했고, 외출도 극도로 자제해 왔다. 이제 겨우 필라테스 운동 하나 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백신 패스 제도가 도입돼 이 마저도 못하게 한단다.


최대 6명이 운동하고 보통은 네 명을 넘기지 않는 필라테스 센터 공간이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다는 생각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창문은 열려 있고, 운동이 끝날 때마다 소독 티슈를 나눠주며 각자 운동한 기구를 깨끗이 닦아냈다.

그런데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운동을 할 수 없단다.      


불편하면 백신 맞던가 !

    

그래 백신 맞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평소 지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맞아도 별 부작용 없이 지나갈 가능성이 많다. 국가에서 이렇게 맞으라고 난리를 치는데도 백신을 맞지 않는 나는 이기적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필라테스는 꿈도 못 꿀만큼 불순분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냥 겁이 많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소심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국가는 최소한으로 누리던 운동의 자유마저 누릴 수 없는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는 것 같다.

손잡이 잡을 공간도 없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백신 패스 제도가 없다. 떠들면서 먹는 식당도 술집도 인원만 잘 조정하면 얼마든지 이용 가능하다. 집회도 가능하고, 학교도 전면 등교를 한다고 한다.

여섯 명이 뚝뚝 떨어져서 대화 한 마디 없이 마스크 끼고 운동하는 필라테스 공간에는 백신 패스 제도가 적용된다.     

 

누구를 위해서,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백신 패스 제도인지 일개의 미천한 국민은 도무지 모르겠다.

내 필라테스 회원권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국가의 정책과 속상해 하는 필라테스 사장님  사이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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