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이제는 뺄 때 :)
커피(주로 아아메) 러버인 나는 최근 환경보호 차원에서 일상 속 일회용품 소비를 줄여보고자 텀블러를 항시 챙겨 다니기로 다짐한 적이 있다. 그 후, 실제로 출퇴근할 때 텀블러를 챙기면서 약속을 열심히 지켜가는 중이었는데, 코로나 감염병 전파 매개체 가능성 때문인지 텀블러를 들고 가도 사용하지 못하고 결국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카페가 많아져서 아쉬웠다.
'이게 아닌데...'싶은 찝찝한 기분으로 결국 카페에서 제공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나면 어떤가. 대부분은 카페를 나오는 길에 홀라당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다. 내 주문에 의해 예약된 쓰레기가 되어 나오는 새(?) 플라스틱 컵.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그 순간(짧게는 10분, 길게는 두세 시간 만)에 쓰레기가 되는 게 아까워, 빈 컵을 굳이 집으로 들고 와 세척한 뒤에 수중 재배 식물(주로 스킨답서스와 미니 야자)들을 분가시키는 용도로 나름의 재활용처를 찾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유리 빨대를 사용해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모습이 예쁘고 좋아 보였다(물론 에코 상품들을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매 좌표를 전달받아 확인했더니 펀딩 상품이었다.
(크라우드) 펀딩 상품은 일반적으로 사용후기가 많지 않아 품질을 상상하는 수밖에 없고, 고심 끝에 결제를 하고 나서도 꽤 긴 주문제작기간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것이 단점이라는 생각에 참을성 없는 나는 평소에 크라우드 펀딩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상품 상세 설명을 보니 주방용품 중 계량컵으로 유명한 Pyrex(파이렉스) 사의 내열유리제품인 데다가 세척솔과 케이스도 포함된 구성이었다. 내 최초의 펀딩 상품이었던 실리콘 빨대는 케이스가 없고 재질 특성상 먼지가 너무 잘 들러붙어서 결국 사용하지 않고 있는(...)점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합리적인 구성과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또 컵은 할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쓰더라도, 다회용 빨대로 나의 일회용품 줄이기 의지의 실현을 지속하고자(?) 펀딩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좀 사기로 하자...)
약 일주일간 사용해 본 느낌은, 기존에 사용했던 플라스틱 혹은 종이 빨대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마감된 유리 빨대의 끝부분이 혀에 닿을 때 주는 색다른 느낌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보호에 개미허리만큼이나 일조했다는 개인적인 만족감 때문인지, 매번 세척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필수적인 수고로움이 꽤 상쇄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타피오카가 떠다니는 버블티를 마실 때는 S급 폐활량이 아니고서는 좁은 구멍으로의 거센 흡입이 어려워 사용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아쉽다 (호로록 촵! 목구멍 조심). 또한, 유리라서 쉽게 깨질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상보다 도톰한 두께로 제작되었고 함께 온 패브릭 파우치에 잘 넣어서 가방 속에 (상전 모시듯) 갖고 다니면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빨대를 잘근잘근 씹는 버릇이 있으신 분들이 유리 빨대를 구매하신다면 좋지 않은 습관을 단숨에 버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ㅋㅋㅋ)
최근 읽은 기사에서 말하기를, 텀블러는 반복 사용기간을 늘리면 텀블러의(아마도 텀블러의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종이컵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다고 한다. 종이컵은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쓰는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누적되는 반면, 텀블러는 설거지할 때 배출되는 양만 누적된다는 것이다.(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5023092)
요즘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종이 빨대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종이 빨대마저도 생산되는 데에는 분명 온실가스가 배출된 것이기에 앞으로 유리 빨대를 꾸준히 사용한다면 분명 아주 조금이나마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최소한 마실 때는 환경 보호의 리마인더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그 의미를 만들어 본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일단 생활 속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물도 절약하자는 말로 이해하면 결국엔 모두에게 이로운 게 아닐까? :)
3주를 기다려 받은 만큼 항상 가방 속에 잘 챙겨 다니며 꾸준히 사용해보기로 나 자신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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