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센티 작은 블루베리 사이즈의 너를 만나기까지
테스트기로 임신을 확인한 후 가장 먼저 검색한 것은 언제 산부인과에 방문해야 하는 것인가였다. 검색해 보니, 5~6주 차에는 산부인과에 방문해도 아기집과 난황이 보이는 정도이고 7주가 넘어야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내가 5주 차 정도로 추정이 되므로, 2주 후로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한국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병원 방문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미국은 병원 예약조차 쉽지 않았다. 이럴 때 고국이 생각나다니 서글펐다. 여러 곳을 전화하다가 결국 한인 의사 선생님이 있는 병원으로 예약을 잡았다.
병원에 가기까지의 2주라는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렀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오늘은 병원 진료까지 며칠이 남았는지를 확인했고, 하루 종일 임신 초기 증상에 관련된 정보란 정보는 다 찾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해도 마치 누군가 시간의 뒷덜미를 콱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처럼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기다림을 고통이라고 표현하기엔 뭣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쁨과 고통 속에서 시소를 타는 기분이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첫 진료날이 되었다. 밤을 꼬박 설쳐 충혈된 눈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임신을 알기 전 날까지 폭음을 했던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나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얼마나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지는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쓸모없는 걱정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인터넷의 글들은 위로도 조언도 되지 않았다. 내 몸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내가 무엇하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막막하고 허망하게 느껴졌다.
당일까지도 혹시 모를 소식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내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심장이 어찌나 크게 뛰던지, 100미터 달리기 직전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듯한 마음이었다.
드디어 내 눈으로 직접 초음파를 확인 한 순간,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정말 작은 점 같았지만 명확한 모습의 아기집과 난황, 1.5센티 블루베리 사이즈의 쪼끔 한 배아도 볼 수 있었다. 콩닥거리는 배아의 심장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너.. 정말로 내 뱃속에 있었구나...!'
처음 가져보는 초음파 사진을 마치 보석이라도 되는 냥 소중하게 손에 쥐고 병원 문을 나섰다.
2주 후 다음 진료까지 또다시 고통스러운 기다림이 시작되겠지만, 이 흐릿한 초음파 사진 한 장만으로도 충분히 그 기다림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찬 마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