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거였구나
나는 내가 정말 딩크로 살 줄만 알았다. 그런 내 마음이 송두리째 바뀐 건 올해 초, 만 34살이 되는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였다.
마음이 바뀐 이유가 내가 이제 곧 노산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였는지, 아니면 주변의 난임 소식에 함께 속상해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나는 며칠의 고민 끝에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표현했고, 행동으로 실천하기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연 임신을 시도한 지 세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생리 주기도 몹시 불규칙하고 나이도 있으니 최소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는 하지만, 매 달 약간의 기대감과 실망감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자연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딩크를 유지하고 살기로 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 의료 시스템을 생각하면 시험관이나 난임센터는 고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용도 시간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견딜 만큼 내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생기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원래의 나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지냈다. 가혹한 식단을 하며 다이어트도 하고, 친구와 싸웠다는 명목으로 며칠 동안 폭음도 했다.
어느 날 이른 새벽, 숙취에 헤롱거리며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선반 구석에 처박혀 있던 딱 하나 남은 임신 테스트기가 생각났다. 빨리 마저 다 쓰고 버려서 더 이상 임신에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두 눈을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눈도 제대로 다 뜨지 못한 채 얼른 쓰고 버릴 요량으로 해 본 임신 테스트기에는 아주 선명한 임신 선이 나타나 있었다.
'이럴 수가...'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쿵쾅거렸다. 수십 번 임신 테스트기를 써보았지만, 살면서 처음 보는 결과였다.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너무나 또렷한 두 줄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나, 내가...? 임신...?? 믿을 수 없어 몇 개의 임신 테스트기를 더 구매해 시도해 보고서야 이 상황이 진짜라는 걸 믿을 수 있었다. 검색해 보니 나는 현재 5주 차 정도라고.
25년 3월, 그렇게 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