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엄마에게 받아 본 가장 큰 칭찬 [9주]

임신 초기 증상은 입덧 외에도 다양하다는 걸, 평생 몰랐지 뭐야

by 방랑 소피아

2주 후, 두 번째 산부인과 검진이 있었다. 임신 초기에는 유산율이 높기 때문에 진료를 자주 보는 것 같았다. 때문에 내 마음도 성적표를 확인하러 교무실에 불려 가는 학생의 마음처럼 조마조마하고 무서웠다.


1.5센티의 배아는 2주 동안 2.5센티가 되었고, 동그라미 같았던 형상도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있는 젤리곰 같은 형태로 성장해 있었다. 짧은 2주 사이에 벌써 사람 같은 형태를 갖춘 녀석이 너무 기특하고 신기했다. 검진을 받으러 오기까지는 오만 근심걱정이 가득하지만, 모든 것이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나오는 발걸음은 그렇게 홀가분하고 벅찰 수 없었다.


병원에 다녀와 부모님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병원에 다녀오면 곧바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아직 안정기가 아닌 것은 알지만, 행여 마음 아픈 소식을 듣게 되더라도 혼자 외롭게 마음 앓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은..... 나, 임신했어!!!!!!!!!!!"


2초의 정적. 그리고 이어진 올림픽 개최지로 우리 집이 선정된 것 마냥 쏟아지던 엄마와 아빠의 함성과 박수소리. 내가 어릴 적부터 늘 냉철하고 조금은 매정했던 엄마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어떡하면 좋아... 너무 기특하다. 정말 너무 잘했다. 아이고 예쁘다"를 반복했다. 두 손을 꼭 쥐고 너무 기특해,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는 말만 계속하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조용히 앉아 계시던 아빠의 충혈된 눈을 보자 나도 눈물이 났다.


살면서 부모님에게 이렇게 크게 칭찬받은 적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축하를 받고 칭찬을 받기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나는 한 게 없는데, 힘든 일은 내 뱃속의 배아가 다 하고 있는데 대신 칭찬을 받는 기분이었다.



[나의 임신 증상_5~9주까지]

6주까지는 가슴의 통증이 조금 있는 정도였다. 생리 전 증후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7-8주에 들어서자, 하나 둘 다른 증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기간 동안 하루 종일 맥을 못 추고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거나 기력이 없어 넋을 놓고 있기를 반복했다. 도무지 뭘 할 수가 없어 하루 종일 졸음과 사투를 벌이다가 낮잠 자기를 반복했다. 일을 병행하는 임산부들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방광이 눌리기 시작하는지 화장실을 수시로 가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과일이 몹시 당겨서 방울토마토와 딸기를 냉장고에 끊임없이 채워 넣었다. 과일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속이 메슥거리는 날이 잦아졌다. 밥 하는 냄새가 역해서 문을 닫고 생활하거나, 밥 대신 과일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다른 건 먹을 수가 없어 영양소니 뭐니 하는 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토하는 입덧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강한 숙취의 느낌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건 아주 곤욕이었다. 그래도 이만하면 심한 편이 아니라니 뱃속 아이에게 감사했다.


며칠 동안은 심장이 몹시 쿵쾅거려서 무슨 일인가 싶어 놀랐다. 찾아보니 심장 두근거림은 임신 초기 증상 중 흔한 것이란다. 임신을 하면 혈류량이 늘어나 심장 펌프질을 강하게 해서 그런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인체는 정말 신비하다. 배가 땅기고 뻐근한 느낌도 며칠 지속되었다.


입덧까지 심한 임산부들은 이 기간을 도대체 어떻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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