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밍아웃, 내가 하고 싶을 때 하면 안 되나요[10주]

입덧도 힘든데 축하도 위로도 받지 못하는 건 너무 해

by 방랑 소피아

8~9주부터 시동을 걸기 시작했던 입덧은 10주가 넘어가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단백질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데, 고기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렸다. 고기는 무슨, 요리하는 냄새 자체도 역해서 집에서 밥을 해 먹기가 괴로웠다.


빵, 쌀국수, 과일 등 삼킬 수 있는 것들로 대충 끼니를 때웠다. 특히 과일은 눈 뜨자마자부터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싶어서 하루 종일 옆에 끼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4살 되도록 아침을 챙겨 먹은 역사가 없는 데, 이젠 눈 뜨자마자 과일이든 방울토마토든 입에 넣지 않으면 속이 울렁거려 견딜 수 없었다. 과일에 얼마나 많은 당이 들었는지 잘 알고 있지만, 영양소나 몸무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울렁거림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정말 심한 입덧이 많던데 나는 최소한 변기통을 붙잡고 사는 건 아니니까 다행이다 싶다가도, 이게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니 좌절스러웠다. 모든 임산부가 공통으로 최애로 꼽는 음식인 물냉면도 이 시기에 정말 많이 먹었다. 하루 세끼를 모두 물냉면을 대충 만들어 먹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체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아, 느지막이 일어나서도 종일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피곤해서 하루 종일 먹고 자는 것 외에는 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식충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임신 초기라 어쩔 수는 없다지만, 일을 병행하는 임산부들도 있는데 나는 어쩜 이렇게 기력이 없는지 속상했다. 별 수 없는 일이란 건 알지만, 매일매일을 그렇게 보내면 기분이 썩 상쾌하지는 않았다. '이래서 임신 중에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는 거군..' 싶을 정도였다.




내 뱃속 아이는 아직 3센티 정도 되는 작은 크기인데, 이 작은 아기가 나에게 이렇게 큰 변화를 안겨 주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한 편으론 마음이 힘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 모든 증상도 모두 감격스럽고 행복하다는 엄마들이 가득한데, 나만 너무 엄살인가 싶었다. 나만 모성애도 사랑도 메마른 사람인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안정기 전까지는 주변에 임신 소식을 알릴 수 없다는 것도 마음에 서러움으로 다가왔다. 12주나 16주는 지나야 임신 안정기라고 하는데, 혹시 모르니 다들 그 이후에 임밍아웃을 한다는 거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요동치는데 주변에 이런 마음을 하소연할 수도 없다는 것이 억울했다. 축하도 받고 싶고, 위로도 받고 싶었다. 만에 하나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더라도, 그 또한 나 혼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안고 가는 게 더 괴로울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주변에 알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마음껏 주변에 이야기하고 축하를 받았다. 이른 소식에 "그래도 12주는 지나고 알리는 게 낫지 않아?"라고 말하는 지인도 있었지만, 위로도 축하도 내가 선택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임밍아웃의 적정한 시기란, 엄마의 마음이 동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 그건 온전히 엄마의 선택이자 권한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뱃 속 아이의 안녕만큼 소중한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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