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정기라고 불러도 될까요?
유산율이 가장 높다는 임신 초기. 최소 12주는 지나야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단다. 임신을 알기 직전까지 잦은 폭음을 했던 터라, 12주가 되기까지 검진 때마다 얼마나 떨리는 마음으로 지냈는지 모른다.
대망의 12주 검진. 지난번 까지는 질 초음파로 아이를 확인했다면, 이제부터는 복부 초음파로 확인한다. 그만큼 태아가 적정하게 잘 성장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몇 주만에 본 태아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작은 크기로 꼼지락 거리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정말 생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실감 나기 시작했다. 태아의 모습도 신기했지만,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내 몸도 기특하고 경이롭게 느껴졌다.
12주 차까지는 2주에 한번 산부인과 검진을 갔는데, 12주부터는 4주에 한번 텀으로 오면 된다고 했다. 뱃속 태아가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확인 도장을 받는 것 같아 기뻤다. 물론 임신 기간에 안정기란 없다지만, 작은 변화에도 '혹시.....' 하는 불안감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대체 언제 사라지는 거냐고 울부짖던 입덧은 12주 차를 기점으로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반대로 식욕이 왕성해졌다. 빈뇨로 인해 새벽에 자주 깨곤 했는데, 그때마다 출출한 느낌에 방울토마토를 입에 넣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냉장고를 열어 아침을 준비하는 일이었다. 밥 먹고도 두어 시간 지나면 출출해서 괜히 또 부엌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점은, 분명 먹는 양은 늘어났는데 몸무게는 여전히 같았다는 점이다(이런 가소로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몸무게는 임신 중기가 되자마자 무섭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태아가 가져가는 에너지의 양이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잘 자라고 있는 태아가 기특하고 고마우면서도 난생처음 이 과정을 겪고 있는 내 몸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몸을 위해 운동하고, 내 몸을 위해 건강한 것을 챙겨 먹으려 노력했다. 여전히 나는 태아의 건강만큼 내 건강이 중요하고 걱정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고생이니 내 몸아, 잘 견뎌주어서 너무 고맙다' 하고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활자로 보면 자기애가 남다른 사람인가 싶어 징그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건 아마도 임신에 의한 호르몬 변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몸이 그렇게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진 적은 살면서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