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뱃속에 마늘 빻는 방망이가 들어있나 봐
꽉 끼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웨딩드레스의 지퍼를 간신히 잠그고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일주일만 더 늦게 날을 잡았어도 드레스는 못 입을 뻔했다. 그래도 드레스는 입을 수 있게 협조해 준 뱃속 아이에게 고마웠다.
한국과 미국 결혼식까지 모두 끝났다는 것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신혼여행 둘째 날 새벽, 첫 태동을 느끼게 되었다.
이른 새벽, 잠에서 깨 뒤척이는데 뱃속에서 무언가가 꾸욱 누르는 느낌이 났다. 무슨 일이지 싶어 가만히 있어보니, 이번엔 정말 확실하게 꾹꾹 누르는 느낌 두 번 들었다. 확실한 태동이었다.
남들은 첫 태동이 물고기가 뽀로록 지나가는 느낌, 방귀가 뽀글뽀글 나오는 느낌이었다고 하던데 내가 느낀 첫 태동은 아주 명확한 발차기(혹은 손차기)의 느낌이었다. 마치 마늘 빻는 작은 방망이로 꾸욱 누르는 느낌이었다.
어두운 새벽에 혼자 느낀 태동에 활짝 웃었다. 뭐라 말하기 어려운 설레고 벅찬 기분이었다.
'너 정말 그 안에 있었구나!'
신혼여행에 다녀와 며칠 뒤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태동을 느꼈냐고 물어보는 의사 선생님에게 아주 확실하게 느꼈다고 호탕하게 대답했다. 초음파로 보이는 활발히 움직이는 태아의 모습에, 남편은 아무래도 성격이 날 닮은 것 같다고 했다. 태동이 많은 아이는 태어나서도 활발하다던데 정말 나를 닮은 성격이면 어떡하나 싶어 아찔했다. 아이야, 부디 차분하고 얌전한 남편의 성격을 닮아다오.
첫 태동을 느낀 이후로는 매일은 아니어도 며칠에 한번씩 간헐적으로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꿀렁이기도, 보글보글 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통통 치기도 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느껴졌다. 매번 다른 느낌의 태동이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어느새 임신 중기가 되었다. 내가 임산부라는 사실이,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다. 아홉 달의 시간은 태아가 성장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산모도 엄마의 마음을 갖춰가는 시기라는 것을 새삼 또 느낀다.
만 34살, 나의 성장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