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피비침, 병원 가?말아? [18주]

임신 초기와 달리 중기의 출혈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만..

by 방랑 소피아

16주부터 내 몸무게와 배는 확연한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17주까지는 똥배인가 아닌가 아리송 한 배였다면, 18주에 들어서자 아랫배가 누가봐도 임산부의 것처럼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19주차에 예정 되어있는 미국 결혼식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임신 전 이미 구매해 둔 드레스가 있는데, 괜찮을까 싶었다.


우리의 두 번째 예식이고, 하객들은 이미 임신 소식을 다 알고 있음에도 왜인지 결혼식에 너무 티 나는 임산부로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16주부터 야금야금 늘기 시작한 몸무게 증가는 이제 총 2킬로.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는 뱃속의 아이가 기특하고 고마우면서도, 혹여나 이러다 드레스 지퍼가 잠기지 않아 못 입게 되는 건 아닐까 근심이 가득했다.


부디 일주일 뒤 드레스를 어찌저찌 입을 수만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 갔는데 어두운 갈색 빛의 피가 소량 묻어 나왔다. 딱히 스트레스 받을 것도, 과로 한 것도 없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 임신 초기에는 피비침이 종종 있을 수 있지만 임신 중기의 피비침은 드문 일이라고 들었던 바가 있어 걱정이 되었다. 아주 적은 양의 피비침이기에 병원에 전화해도 좀 더 지켜보라고 할 것 같았다.


별 일 아니겠지 생각하고 병원에 전화해 상황을 이야기 했는데 일단 내원하라고 했다. 당연히 좀 더 지켜보다가 지속 되면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단박에 오라고 하니 그제서야 생각보다 큰 일인가 싶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로 병원을 예약 한 후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붉은 혈은 현재 출혈이 있는 경우이고 갈색 혈은 출혈이 있었 던 것이 뒤늦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피의 색만큼 중요한 것이 피의 양이라는데, 나는 갈색의 피가 아주 조금 묻어나오는 수준이기에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나 그 소량의 갈색 피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묻어 나왔다. 무서웠다.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병원에 방문했다. 그러나 내 마음과 다르게, 의사 선생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임신 중기 출혈은 좋지 않은 징후란다.


다만, 갈색인 걸 보니 출혈이 있었지만 지금은 멈춘 경우고, 안에 고여있던 피가 조금씩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2주간 운동도, 무리한 활동도 절대 금물이라고 했다. 만 34세로 노산 경계이니, 조산의 위험성도 무시 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딱히 태아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당분간 유의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자, 결혼식 날 드레스를 못 입을까봐 전전 긍긍 했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다행히도 피비침 이슈를 제외하면, 뱃속의 태아는 주수에 맞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다. 이젠 제법 사람의 형태를 갖춘 뱃 속의 태아도, 노산의 경계에 있는 나도 건강한 아홉 달을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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