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여행은 사치가 아니라 자유의 몸부림이다! [30주]

내 몸과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라는 기쁨

by 방랑 소피아

3시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1박 2일 주말여행을 왔다. 약간 무리해서 결정한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임신 후 생긴 기미와 쥐젖, 10킬로 가까이 찐 몸을 보며 하루하루 우울한 감정이 나던 터라 기분 전환을 핑계로 삼았다.


28주부터는 임신 후반기로, 30주가 지나면 비행기 탑승이 어려워진다. 어차피 해외를 나갈 수는 없는 몸이지만, 출산 후에도 당분간 비행기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니 얼마 남지 않은 자유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임신 후 제한 된 것이 참 많았다. 그 좋아하던 맥주도 단박에 끊었고, 그 외에도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이 참 많았다. 취미로 하던 러닝도 병원에서 자제하라고 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 때문에, 후기에는 체력 저하의 이유로 포기해야 했던 여행도 수차례 있었다. 임신 중 생겼던 나의 우울감의 이유 중 7할은 이러한 신체적, 시간적 제한들이었을 것이다.





임신 한 이상 너의 몸과 시간은 더 이상 네 것이 아니라고 온 세상이 신호를 주는 기분이다. 아마 출산 후에도 육아하느라 별반 다르지 않겠지. 이제 나의 인생은 임신 전과는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주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러자 이 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느껴졌다.


여행 기간 동안 다행히 체력은 부족하지 않았으나, 첫날부터 퉁퉁 부어 통증이 있었던 다리 상태는 결국 다음날 거의 절면서 돌아오는 엔딩으로 끝나게 되었다. 돌아온 다음 날까지 단단히 뭉친 배가 내가 무리해서 여행을 다녀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의지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나 행복했다.


태교여행이라는 단어를 세상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고 있다. 임신을 핑계로 부리는 사치, 임산부라는 특권으로 누리는 여행. 임신 전에는 온전히 틀린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내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개인에서 엄마로 나아가는 긴 여정을 앞두고, 앞으로 부족해질 나의 몸과 시간의 자유를 마지막으로 만끽하는 시간이 태교여행이며 그것이 사치스러운 욕심이라고 치부된다면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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