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셀프 만삭사진, 공짜로도 꽤 괜찮네 [31주]

돈 주고 찍자니 아깝고 안 찍자니 아쉽고

by 방랑 소피아

몸무게가 벌써 10킬로 가까이 늘었다. 막달에 몸무게가 그렇게 급격하게 는다는데 이미 10킬로가 붙은 나로서는 앞으로의 증량이 너무나 두렵다.


운동을 하면 좋겠는데, 몸무게가 많이 증가 한 이후로 체력이 영 좋지 않다. 요가매트 펴놓고 스트레칭만 해도 허리가 아프다. 계단 조금 올라도 숨이 차다.


배꼽은 아직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속이 많이 차올랐고 임신선도 드디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30주 전후로 밑 빠짐 느낌이 강해졌다. 검색해 보니 임신 후기에 흔한 증상이란다. 임신 후 증상은 워낙에 다양해서 종잡을 수 없는 게 많다. 어디가 아파서 찾아보면 다 임신 중 생길 수 있는 증상이란다. 이러다 세계종말이라도 닥치면 이 또한 임신 증상이라고 할 기세다.


임산부마다 임신 후 증상은 다 다른데 그나마 나는 현재까지 큰 증상은 없는 편이다. 치골통이 좀 심하다면 심하지만, 그래도 살만하다. 약간의 기미와 쥐젖은 흐린 눈으로 애써 모른 척한다.






보통 30주 전후가 되면 만삭 사진을 많이 찍는다. 30주는 실제 만삭은 아니지만, 진짜 만삭 때에는 배가 너무 커서 예쁘지 않고 이 맘 때의 배가 가장 동그랗게 예뻐서 이때 사진을 남기기가 제일 좋단다.


뭐 굳이 사진까지 찍나 싶지만 그래도 인생 단 한번 있는 임신인데 기념 삼아 사진은 좀 남겨두고 싶다. 그렇다고 돈 주고 찍으러 가기엔 괜히 좀 아깝고 그렇다고 안 찍자니 나중에 아쉬울 것 같다.


고민하던 찰 나, 안방의 널찍한 흰 벽이 눈에 들어왔다. 삼각대도 있겠다, 집에서 셀프로 한번 도전해 봐도 좋겠다 싶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쯤이야!


[집에서 셀프 만삭사진 준비물]

- 배경으로 쓸 깔끔한 흰 벽

- 삼각대 + 사진리모컨

- 부부끼리 색 맞춘 옷 두어 벌

- 배가 부각되는 몸에 딱 붙는 원피스

- 초음파사진, 아기신발, 인형, 집에서 쓰는 의자 등의 소품

- 인터넷에서 미리 찾아 둔 만삭사진 포즈


우리는 안방의 흰 벽 앞에 삼각대를 설치해 두고 카메라 타이머를 맞췄다. 리모컨을 미리 생각해 두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대신 수많은 만삭사진 리뷰를 보며 마음에 드는 포즈를 10개 정도 캡처해 두었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의외로 어떤 포즈를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할 때가 많았다.


밖에 입고 나가기엔 배가 너무 부각되어서 영 민망한 타이트한 원피스들이 이때 아주 빛을 발한다. 조금만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으면 배가 잘 부각되지 않는다.

이름이 무려 만삭사진인데, 남산만 한 배가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섭섭하다. 오늘만큼은 한껏 배를 내밀고, 보물단지처럼 아낌없이 쓰다듬어 준다.


이제 진짜 만삭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두렵고 막막했던 출산에 대한 마음이 오히려 대담하게 바뀌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죽기야 하겠어?' 라며 스스로 세뇌시키고 있다.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지면 뇌에서 방어적으로 생각을 바꿔버리는 생체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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