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치 몸무게를 찍은 나, 이 낯선 모습은 대체 누구지?
32주 차에 백일해 주사를 맞고 와서 내리 잠을 잤다. 팔도 뻐근하고 몸도 천근만근이다.
만삭을 코앞에 두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몸이 무거워졌다. 몸무게는 빠르게 늘어 임신 전보다 벌써 12킬로가 쪘다. 배에 임신선도 생기기 시작했고, 간질간질한 것이 튼 살이 생기려는 조짐도 보이는 것 같다.
이제는 바닥에 있는 물건을 집으려면 입에서 끙차 소리가 절로 나오고 앉거나 누워있다가 일어나려면 무언가를 잡고 도움을 받아야지만 가능하게 되었다.
몸무게 조절과 체력 유지를 위해 운동이 필수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왜인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고 쉬 피로해지니 만사 귀찮고 짜증이 난다. 집안일을 하는 것도 힘이 든데 남들은 어떻게 운동까지 병행하는지 놀라울 지경이다. 인터넷엔 늘씬하고 배만 뽈록 나온 예쁜 임산부가 가득한데 나만 게으르고 살찐 임산부 같아 괜히 심술이 난다. 아무래도 나랑은 종족이 다른가 보지, 흥.
이젠 뭘 입어도 마냥 뚱뚱하게만 보여, 그 좋아하던 외출도 반갑지가 않다. 남편이 찍어준 사진 속엔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낯선 내 모습이 있다. 인생 최대치 몸무게를 찍은 내 얼굴은 매일 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손에 한가득 잡히는 옆구리 살, 출렁이는 허벅지 살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출산 후에도 빠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남들 눈엔 뚱뚱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비치지 않으려나..'
'엄마 친구 딸은 임신 중에도 5킬로 밖에 안 늘었다던 데 나는 왜..'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다고 이렇게까지 살이 찌나 싶어 억울함에 눈물이 쏟아진다.
기분 전환을 하려 청소도 하고, 산책도 하고, 영화를 보러 가도 더 힘들기만 하고 기분은 전혀 나아지질 않는다. 우울감이 좀체 사라지지 않아 며칠을 침대에서 꼼짝 않고 보냈다. 원래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에 임신하고도 뽈뽈 거리고 잘 돌아다니는 나였는데, 이렇게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보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동굴 속에 있다 보니, 남은 임신 기간을 계속 이렇게 보내는 건 남편과 뱃속 아기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호르몬 때문이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일시적인 감정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차피 찔 살이고 어쩔 수 없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면 차라리 더 맛있게 먹고 실컷 놀자고 생각했다. 내 감정을 같이 느끼기라도 한 듯 며칠간 조용했던 아이의 태동이, 그제야 다시 활발해졌다.
무기력증과 우울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던 건 그 어떤 노력도 행동도 아니었다. 기다림과 받아들임이었다. 그래, 이제 한 달 반 남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 우리 같이 힘내보자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