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달을 코 앞에 두고 준비해야 할 것 [35주]

by 방랑 소피아

만삭을 코 앞에 두고 벌써 13킬로가 늘었다. 임신 초기엔 총 10킬로만 증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택도 없는 일이었다. 임신 기간 몸무게 조절은 임산부의 의지만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과일, 간식을 많이 먹긴 했다). 부디 막달에 2킬로만 늘어서 총 15킬로만 늘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


막달을 앞두니 배꼽이 살짝 튀어나오고 저녁만 되면 배가 자꾸 가렵기 시작했다. 초기부터 튼살크림을 열심히 발라준 덕인지 아직까지는 튼살이 생기지 않았지만, 막달이 가장 관건이라고 한다. 배가 가렵다는 건 튼살이 생길 수 있다는 징조라고 하니 이젠 밤낮으로 자주 로션을 발라준다. 로션은 사실 별 효과가 없고 튼살 여부는 복불복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수밖에.




모아두었던 손수건과 몇 벌 되지 않는 아기 옷 세탁을 마쳤다. 아기 옷과 용품은 별도로 세탁해주어야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보통 세 번씩 빨아 자연건조 해야 한다는데, 두 번 세탁하고 나니 힘들어 그만뒀다. 그마저도 세탁물을 다 널 수 있는 건조대가 없어 집에 있는 옷걸이와 의자를 전부 활용해 널었다. 다음부터는 그냥 건조기를 써야겠다.


이제 정말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슬슬 아기 용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는 아기 침대와 유모차, 카시트를 구매했더니 큰 일을 끝낸 기분이다. 집에 아기 가구가 큼직하게 자리 잡자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설레면서도 꽉 들어찬 방을 보니 괜히 심란하다.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던 내 방식은 이제 다 무용지물인가? 앞으로 몇 년은 이렇게 가득 찬 물건에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 건가 싶어 여러 마음이 들었다. 아기가 생기면 그에 따른 부수적인 물건들이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다는 걸 임신을 계획한 그 당시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더 이상은 내 공간, 내 시간이 아니라 아기가 포함된 우리의 공간, 우리의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 같다. 내 삶이 앞으로 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 내 삶이 통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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