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밴 어린 시절

by 김효주

안녕하세요,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나오미입니다. 연속된 비소식에 축축 늘어지는 날입니다. 괜스레 센티멘탈해지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종알종알 떠들고 싶어 지기도 하고요.


어릴 때 자주 이사 다니고 전학 가고 하느라 나오미는 누군가와 오래 사귀어 본 적이 없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느라 서른다섯이 넘어서야 '관계'란 녀석에 맞딱들였죠. 그때쯤 직장에서 하게 되는 대부분의 고민은 '업무' 문제가 '관계' 문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너무 거부감이 들면서 '일이 더 우선 아닌가?'라는 반발심이 들었답니다. 하지만 결국 지인들과의 대화, 심리도서 연구를 통해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에겐 가장 큰 것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좋은 관계를 위해 조금 더 깊이 파고든 주제는 '애착 유형'에 관한 것입니다. 생애 초기에 형성된 애착의 형태가 그 후 만나는 모든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죠. 여러 학자들이 이것을 연구한 결과물을 내놓았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몸에 밴 어린 시절>이라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휴 미실다인이라는 분으로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의대교수 및 미국 정신신경의학회 전문의로 일하셨습니다. 9년 간 콜럼버스시의 어린이 정신 건강센터에서 책임자로 일하면서 '성인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해요.


저자는 인격의 구조를 양육 태도에 따라 분류하였습니다. 완벽주의, 강압, 유약, 과보호, 심기증, 응징, 방치, 거부 등인데요. 부모들이 자녀를 대하면서 취하는 이런 태도가 인격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자아가 올바르게 자라지 못해 '내재과거아'라는 것이 생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사람은 현재의 자신뿐 아니라 내재과거아와 함께 타인(본인+그의 내재과거아)을 만나게 되니 모두 네 명의 인격이 만나 관계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았습니다.


인격의 구조, 궁금하시죠? 각 구조를 형성하는 부모의 태도와 이로 인한 자녀의 특징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완벽주의

부모: 자녀가 평소 부담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욱 성숙하게 행동할 때까지 인정하지 않고 칭찬을 유보함.

자녀: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게 되어 성공을 거두고도 계속해서 성공하려 하고 더욱 완전해지기 위해 헛된 노력을 계속함. 부모의 끝없는 요구에 신체적, 지적 또는 사회적 성취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비하하는 태도를 가지게 됨.


2. 강압

부모: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끊임없는 경고와 지시로 자녀를 통제, 감독하는 부모에 의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 강압적인 부모의 양육으로 인해 어린이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관심을 표출하고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필요성이 모두 무시됨.

자녀: 외부로부터 오는 지시에 지나치게 민감한 사람으로 자라게 됨. 강압 구조를 지닌 자녀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으로서 자기 독자성을 주장하려고 빈둥거리거나 공상하거나 망각하거나 늑장을 부리는 다른 형태의 반항을 나타냄.


3. 유약

부모: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거나 희생함. 자녀를 상전으로 부모를 종으로 만드는 꽤나 보편화된 관계임.

자녀: 부모에게 계속해서 요구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욕구를 다 받아주지 못할 때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보임. 유약 구조로 자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낌.


4. 과보호

부모: 자녀에게 끝없이 선물이나 옷가지를 마구 사주거나 한턱내는 등 계속해서 봉사함. 자녀들이 원하지 않거나 스스로 자기 환경을 즐기는 방법을 계발할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음.

자녀: 그칠 줄 모르는 풍요에 대해 지겨워하고 살맛을 잃어버린 듯한 행동으로 반응함.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노력을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끈기도 부족함.


5. 심기증

부모: 자녀가 호소하는 작은 통증이나 고통을 과장해석함. 부모 중 한 사람이 심기증을 가진 경우 자녀에게 심기증적 요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짐.

자녀: 건강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환경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의 지나친 걱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됨. 자기 아픔을 과장하여 부모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활동면제 또는 불참의 구실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음.


6. 응징

부모: 자녀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 부모 자신의 주관적 감정, 곧 자녀에 대한 개인적 적개심과 공격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어렸을 때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대우를 그대로 돌려주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이 교육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음.

자녀: 당위성이 없는 처벌에 대해 성인이 된 후 복수하고자 하는 갈망이 싹트며 자녀들이 부모에게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함.


7. 방치

부모: 부모가 없거나 또는 지나치게 바쁜 상황에서 기인함. 또는 과로, 알코올 의존, 빈곤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짓눌려 사는 어머니를 둔 자녀들에게 많이 발생. 자녀를 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경우가 많으며 죽음과 이혼이 주원인이 되기도 함.

자녀: 친밀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음


8. 거부

부모: 가족 집단 안에 수용될 틈을 허용하지 않음.

자녀: 소외감과 무력감, 불안감을 느끼며 자라 가혹한 자기 평가절하로 반응함.


저는 10년 넘게 우울증과 심리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관계 패턴'이 바뀌어야 새롭게 사귀는 사람들이나 가족들과도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애착 유형'이 있었지요.


인격의 구조에 대해 알게 되면서 부모의 양육 태도로 인해 발생하는 자녀들의 모습에 유사성이 있음이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인격의 구조를 가지고 계신가요? 나오미는 완벽주의, 강압, 심기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뭐든 꽤나 잘하는 편에 속하지만 만족감 없이 스스로를 달달 볶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우 건강한 편에 속하지만 언젠가 아플 것 같다는 불안을 느끼고 있지요.


지인 중 '지나친 봉사와 끊임없는 요구를 하는 남편'을 두신 분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에 설명한 유약 및 심기증 구조를 가지신 것 같더라고요. 자신은 약하고 피곤하니 '아내인 당신이 엄마 대신 나를 위해 봉사하라'라는 뻔뻔한 요구에 기가 차서 화병이 날 지경이라 하소연하셨답니다.


안타깝게도 인격의 구조는 마치 손에 있는 지문과 같은 것이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살면서 겪는 고난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함께 사는 사람과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 잘못된 양육으로 인해 마음속에 설치된 '어두운 생각, 잘못된 신념'들을 살펴보고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혹시 주변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계신가요? 또는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는 중인데 조금 더 자료가 필요하시다고요? 그렇다면 <몸에 밴 어린 시절>을 추천합니다. 단순한 내면아이 살펴보기를 넘어 과거의 상처를 지닌 내재과거아와 현실의 내가 타인들과 소통하면서 겪게 되는 4중의 불협화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건강한 인격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랍니다.


지금까지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나오미였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나오미의 목소리로 들어보세요!



◆ 북 큐레이션 '나오미의 기쁨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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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미의 헤드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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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오미의 프립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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