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울증의 긴 여정 중 가장 아팠던 질문은 단연코,
"자매, 우울증은 다 나았어요?"
병이 생기면 아프고 괴롭다. 큰 병은 고치기도 힘들지만 낫는 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우울증은 눈에 잘 안 보이는 마음의 병이라 당사자도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다 나을지 장담을 할 수 없다.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은 약 먹으면서 버티라고 조언하셨다. 병원을 바꿨지만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퇴직했고 3년을 백수로 꼬박 지낸 어느 날 아침, '우와, 오늘 아침은 정말 개운해!'라는 느낌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몸이 쉬는데 필요한 기간이 그 정도 필요했던 것일 뿐 그 후로도 우울감이 한 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우울감이 너무 심해 직장, 모임, 교회 공동체 모든 활동을 접고 쉬었다. 얼마 후 좀 나아져서 다시 교회로 돌아가려 했을 때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자매, 우울증은 다 나았어요?'였다. (링크를 눌러보면 그때의 정황을 세세하게 읽을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돌볼 때, 상태는 어떤지 낫는데 얼마나 걸릴지 묻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가 우울증이 다 나았느냐 물었던 그의 질문을 이리도 아프게 기억하는 건 그 의도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우울증 환자에 곁에 있으면 정말 피곤하고 힘들 것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이야기를 들추며 가족들을 돌아가며 괴롭히고, 하루에도 수천번 기분이 널을 뛰어 울다 웃다 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도 너무나 멀쩡하게 학교 다니고 직장 다니는 줄 알았던 사람이 그렇게 돌변하면 더욱 견디기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울한 당사자를 생각한다면 '다 나았느냐'라고 묻는 건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 잔인한 질문은 나를 꽤나 오래 물고 늘어졌었고, 언제 끝날 지 대답할 수 없음에 더욱 좌절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