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본캐를 위한 부캐가 필요하다!

심리적 안정을 찾아주는 페르소나 이용법

by 김효주

요사이 '부캐',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부캐'를 유행시킨 것은 개그맨 유재석 씨로 알려져 있죠. 페르소나를 이용한 글쓰기나 마케팅 사례도 자주 등장하더군요. 그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저의 페르소나들에 대해서도 글로 써보았는데요. 그러면서 한 가지 문제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건 '본캐'에 대한 정의가 새롭게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캐에 몰입하면 나를 잃게 된다



본캐는 본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저도 동의합니다. 거기에다 '나'라는 존재도 포함시켰으면 합니다. 제 페르소나가 몇 개나 되는지 쓰다 보니 꽤 적지 않은 수를 발견하였는데, 그 안에 '나'라는 실존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의 본캐, 즉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업주부라는 페르소나에도 '나'는 없었습니다. 그 모든 가면은 '나'라는 실존을 다양화한 것이지만, 진짜 '나 자신'은아니더라고요.


현대인은 매일 조금씩 '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번아웃도 같은 이유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가면이란 주어진 역할 수행을 하기 위해 만드는 것인데, '본캐'에도 '나'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나'라는 존재가 영영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여러 콘텐츠들의 영향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부캐 키우기'에만 집중되어 있어 본캐가 받는 위협은 더 클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캐에 '나'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다르게 표현해보면 우리가 가졌거나 가지려고 하는 부캐에 집중하면 할수록 '본업'에의 충실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와 동시에 '나'라는 존재 의미가 각자의 삶 속에서 흐릿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캐 유지를 위한 부캐가 필요하다



저는 다소 엉뚱하고 물건을 잘 떨어뜨리고 그릇도 잘 깨뜨립니다. 작은 실수를 많이 하고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저를 좋지 않게 여겼습니다. 좀 더 잘하고 싶고,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강박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상적인 '나'는 실존하는 '나'와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을 깨달았고, 진짜 '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나'를 포함한 본캐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본캐를 위한 부캐 키우기'에서 찾아볼까 합니다. 저는 아주 귀여운 부캐, 너구리를 일부러 키우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너구리나 라쿤을 검색해보시면 정말 앙증맞고 엉뚱 발랄한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통 뒤지러 들어갔다가 못 나오는 녀석들, 뭐든 물에다 씻어 먹는 습성이 있어서 솜사탕을 주어도 물에 넣었다가 놀라서 갸우뚱 거리는 친구들, 손이 조그마해서 잘 떨어뜨리는 모습들을 보면 사랑스럽더라고요. 바로 그런 너구리 같은 페르소나를 장착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부캐를 키우는 일은 스스로에게 휴식을 가져다 줍니다. 물건을 떨어뜨리고 미끄러지고 넘어질 때, 예전의 저는 무척 화가 났습니다. 이런 쉬운 일도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고 싫었습니다. 그렇지만 요즘엔 너구리 가면을 얼른 꺼내서 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괜찮아, 나는 너구리잖아. 실수해도 괜찮아. 그래도 무지 귀엽잖아. 그렇지?"

그러고 나면 얼굴에는 미소가 내려앉고 긴장이 풀어지면서 기분이 무척 좋아집니다.





많은 분들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부캐를 많이 키우고 계시죠. 하지만 부캐를 아무리 많이 키워도 본캐가 힘을 잃으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게 됩니다.특히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의 건강에 위협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에너지 분배가 차단되는 것이 부캐들입니다. 결국 '나'라는 사람 그리고 본업을 우선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부캐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본캐를 쉬게 할 페르소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새로운 부캐를 한 번 떠올려 보시겠어요? 단점을 가려줄, 그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그 안에서 쉬어보세요.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이 활력을 얻고 즐거운 마음으로 본캐와 부캐를 운영할 수 있게 될 거예요!




(Pixabay로부터 입수된 PublicDomainImages님의 이미지 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울증에 요리,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