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는 요리를 잘한다. 사람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때면 오신 분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어머나, 나오미 엄마~! 이거 진짜 맛있네요~! 대체 이거 어떻게 만든 거예요?"
엄마는 별거 아니라 하셨지만, 성인이 되어 외식도 많이 하고 여러 분들께 초대되어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받아 보고 나서 인정하게 되었다. 엄마 요리는 진짜 맛나다고. 근데 희한하게도 맨날 공부한다고 집안일은 거의 안 도왔던 내가, 결혼한 지 2년도 안 된 내가 요리를 즐겨한다. 바로 그 비결, 엄마의 요리 교실을 공개한다.
밥 짓기와 설거지로 내공을 쌓게 한다
중국 무협 영화들 중 사부를 찾아가 무술을 배우는 스토리를 한두 번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머털도사 정도는 봤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기본은 무술을 연마하기 전 기본기를 닦게 하기 위해 사부가 제자에게 집안일을 모두 다 시키는 것이다. 엄마 사부도 비슷했다. 내가 4학년 되던 겨울, 엄마가 불렀다.
"나오미야, 이제 4학년이 되었으니 밥은 할 수 있어야겠지."
당시 우리 집 부엌은 집 건물 밖에 슬레이트로 막아놓은 간이식이었으므로 쌀을 씻고 밥을 하기에 무척 불편한 곳이었다. 그러나 엄마 사부는 나에게 쌀 씻어 밥을 안치는 것을 보여주고 다음번에는 네가 해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며칠 후에 불러서 쌀을 씻게 하고 밥을 안치는 것까지 똑같이 하도록 했다. 좀 황당했다. 엄마가 하면 될 걸 왜 굳이 가르치지? 엄마 사부는 말했다.
"나이 들어서 이런 것 못하면 살기가 힘들어져. 그러니 지금 배워놓자."
5학년 여름방학 때가 되었다. 사부는 동생과 나를 부르셨다.
"이번 방학 때부터는 너희들이 한 끼씩 돌아가면서 설거지를 하도록 하자."
"아, 싫어. 안 할래."
동생은 버텼고, 나도 싫은 티를 팍팍 냈으나 사부는 굽히지 않았다.
그 후로 방학이 되면 우리는 원하는 시기(아침, 점심, 저녁)를 골라 하루에 1번은 설거지를 하며 엄마를 돕게 되었다. 그렇게 주방에서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들을 어릴 때부터 연마할 수 있었다.
요리 순서를 세분화해 조금씩 가르친다
사부는 요리 교실은 좀 색달랐다. 언제 열릴지 알 수도 없고, 어떤 요리를 준비하는지도 미리 알 수 없다. 갑자기 시작된다. 그것도 한참 열심히 만화를 보고 있을 때! (나의 학창 시절은 90년대로... 투니버스 같은 것이 없어서... 그 시간을 놓치면 그 에피소드는 영영 못 보는 것이다!!) 하필 그 중요한 시간에 급작스럽게 요리 교실이 개장을 한다. 엄마가 부른다.
"나오미야~."
"어, 왜요?"
"이리 좀 와 봐."
"나 이거 봐야 하는데."
"잠깐이면 돼."
주방에 들어가 보니 엄마는 미역을 씻고 계셨다.
"나오미 야, 미역국을 할 때에는 미역을 잘 씻어야 해. 박박 문질러서 여러 번 씻으면 더 맛이 나."
"응."
"그리고 씻어서 물기를 털어낸 미역을 이렇게 써는 거야."
"엄마, 나 만화~."
"응, 이제 가도 돼."
이렇게 끝난다. 절대 더 붙잡지 않는다. 딱 기억할 수 있는 만큼 조금만 보여준다. 지루하다 뭐라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끝나면 보내주니까 언제든지 요리 교실이 열리면 보러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게 되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요리의 레시피를 장착하게 된 것이다!
요리의 꿀팁을 가르친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은 각종 요리를 더욱 맛깔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엄마도 그렇다. 사람들이 특히 놀라워한 요리는 '잡채'다. 양이 많거나 적거나 엄마 잡채는 늘 맛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탱글탱글함이 가시지 않고 퍼지지 않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금은 <만개의 레시피> 앱이나 유튜브의 대중화로 인해 비법이 많이 알려졌으나 내가 어릴 때에는 그 비결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붇지 않는 잡채를 만들기 위해선 다음 3가지를 지켜주면 된다. 첫째, 당면이 투명해질 때까지 끓는 물에서 익힐 것, 둘째, 끓인 당면을 건져 찬물에서 씻어줄 것, 셋째, 찬물 샤워한 당면을 간장에 조려준 후 야채를 넣을 것이다. 사부는 이 비법을 어릴 때부터 전수하였으나 다 깨우치지 못했다가, 얼마 전 남편 생일날 모두 전수받을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알배추 3포기를 사 와 물김치를 담갔다. 작년에 한 번 해봐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배추를 4 등분하고 절이고 찹쌀풀을 끓여 식혀두고 맛을 낼 재료들을 씻고 썰고. 엄마 주변의 지인들은 이런 내가 정말 신기하다고 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누가 옆에서 시키지도 않는데 혼자서 먹고 싶은 걸 뚝딱뚝딱 만드니까 그런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엄마 사부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엄마도 그랬으니까. 뭐든 슉슉 잘 만들어주시고, 뭘 먹어도 맛났다. 어릴 적부터 내공을 쌓아주셔서 요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없애주신 덕분인 것 같다. 그리고 맛난 요리를 먹고 자라서 그런가 먹어본 사람들이 대부분 맛이 있다고 해주었다.
표지 사진은 엄마가 담그신 나박김치다. 엄마 맛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엄마는 내가 깍두기를 담그던, 물김치를 만들던 사진을 보내드리면 잘 만들었다고 대견하다고 해주신다. 며칠 전엔 사부님께 요리 교실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기억이 잘 안 나신다고 했다! 이런 충격! ㅋㅋㅋ 그래서 이 글은 어버이날 기념으로 엄마 사부님께 바치려고 한다.
엄마, 늘 맛있고 건강한 음식 먹여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요리를 생활의 일부로 느낄 수 있게 키워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그리고 어버이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