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 [프롤로그]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늘 부러웠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는지 궁금했고, 나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라 단정하고 포기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던 일, 즉 공부를 해서 이름 있은 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려고 노력했다.
대입 실패 후, 삶의 자세를 바꿨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인생을 끝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다니고 시간을 낭비해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로는 교사로 정해져 있었고, 공부가 딱히 힘들지 않던 나는 어쩌다 교사가 되고 말았다.
그 좋다는 직업, 여성으로서 선망의 대상인 초등교사를 2번이나 그만둔 이유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뭐라고 대답하면 그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 개월 고민해봤다.
그러자 다른 것이 궁금해졌다. 번아웃이나 우울증 앞에서 '누군가는 퇴직을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그대로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결론은 '자유'와 관련이 있었다. 사람이 모두 다르듯 각자 원하는 자유의 모습도 다를 것이다. 나는 영혼의 자유를 원해 경제적 여유와 미래의 안정감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이들은 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을 직장 생활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남편과 함께 원피스를 애니로 정주행 중이다. 주인공 루피는 자유로운 영혼 중에서도 끝판왕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루피가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할 정도로 제멋대로 산다. 듣기 싫은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 이름도 자기 멋대로 바꿔서 부른다. 기억을 할 만한 상대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이, 능력 상관없이 함께 재미있게 지낼 수만 있다면 누구나 루피의 친구가 될 수 있고 그의 배에 오를 수 있다.
루피의 자유로움은 곧 고집스러움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루피는 자기가 원하는 길, 즉 해적왕이 되는 길로 계속 나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자신의 처지를 늘 비관하며 산다면 루피처럼 자유로운 고집을 부릴 수 없다.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19년 동안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나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20살 이후로 '꿈'이란 큰 에너지를 잃어버려서 슬펐다. 하지만 루피를 보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바로 '자유를 찾아가는 삶'이다. 나를 옭아매는 관습, 제도를 비롯하여 다른 사람들의 비난, 내면에 숨은 지키기 어려운 기준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는 상상한다. '자유호'라는 배를 만들고 큰 바다로 나간다. 나에겐 먹는 것이 중요하니까 요리사를 찾아보고, 즐겁게 같이 놀 사람들을 선원으로 모실 거다. 항해사가 있어도 좋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바다는 선원들 각자의 내면이므로 서로가 등대가 되어주면 될 것 같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 조달하면 된다. 미리 계획하고 신경 쓰고 그럴 필요가 있다면 루피 같이 사는 삶이 아니다.
자유를 찾아가는 글쓰기는 그런 항해의 여정을 글쓰기로 풀어보는 과정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 마음속에 숨은 고통의 원인을 발견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연습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원하는 일을 이뤄낼 의지를 자유에서 끌어내는 힘을 연마하여 또 다른 사람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서 어둡고 척박한 이 땅에 밝은 빛이 조금씩 더 퍼져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