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려 상담을 받던 중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답할 수 없는 스스로의 모습에 당황했기 때문인데요. 깊은 우울감에 젖은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에 대한 것,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치료의 시작,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를 만나다
가끔 '6.25 때 잃어버린 동생을 찾았다!'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살아생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서 자신과 매우 비슷한 면을 볼 때 사용하는 표현이죠. '나'를 만난다는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제껏 신경 쓰지 못해 잘 알지 못하는 '나라는 실존'과 '살아가느라 겉모습만 번지르르해진 나'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생각보다 비슷하고 예상외로 너무나 다른 자신을 서서히 알게 됩니다.
자기혐오를 벗어나다
숨겨 왔거나 외면했던 '나'와 직면하게 될 때, 처음엔 매우 불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울증 치료가 시작되지 않는답니다. 자라면서 타인들로부터 받은 지적, 평가 등이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되는 요인이 되곤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모습이 내 안에 있다면, 그건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부분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저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좀 커지면서 말이 무척 빨라집니다. 긴장하면 어깨가 올라가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지적받다 보니 참 싫었지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진 걸 보니 흥분했구나!', '어깨가 올라간 걸 보니 긴장했구나!'라고 받아주면 스르르 차분해진 마음을 느낄 수 있거든요.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도 사고 함께 시간도 보내고, 만나지 못할 때에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설레죠.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와 만나는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건 어떤 대우를 받을 때 기분이 무척 좋았는지 생각해보는 것에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극진히 대접한다, 둘째,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 셋째, 나를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인정해준다, 넷째, 기념일을 기억했다 챙겨준다, 다섯째, 함께 한 시간들을 추억해준다, 여섯째,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듬어 준다. 누군가 이렇게 나를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살맛이 날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이런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우울감에 눌리기 시작하면 일상 기능의 저하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온건한 태도로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홀로 외로움에 처하기 쉽습니다. 바로 그때가 자신을 만날 때입니다. 이제껏 싫어하고 돌보지 않았던 자신과 화해하고,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나의 감정을 그대로 지지해줄 '나 자신'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울증 치료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