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완벽하려 애쓸까? 한 마디라도 더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닐까? 우울증 극복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완벽주의'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내 안의 괴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음을 병들게 하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만드는 '완벽주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돌발 상황을 대처하는 A의 자세
A는 무슨 일을 하든 성실하게 한다. 그가 매주 하는 일은 거의 정해져 있다. 강의 준비 및 학습자료 제작 등 주마다 해야 할 일의 양이 동일하게 주어진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애경사가 발생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행사에 동원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돌발상황이 늘 발생하는데도 A가 심적으로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하던 일을 할 시간을 다른 일에 빼앗긴다고 해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나오미: 돌발 상황이 생기면 절대적 업무 시간이 부족한데 어떻게 그 모든 일들을 끝낼 수 있나요?
건강 A: 어떤 일이든 그 일의 목표치만큼만 합니다.
한 번에 한 놈만 패는 B
나와 B는 3개의 그룹에 함께 속해 있다. 공저 프로젝트, 공동강의 준비, 워크숍 진행을 같이 했다. 무슨 일이든 B는 언제나 나보다 일찍 일을 끝냈다.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도 않았다. 내가 문어발식으로 일을 벌일 때, B는 하나씩 척척 해냈다. 결국 11월이 되어 피곤함에 지친 나는 잠을 자고 있을 때에도, B는 루틴에 따라 한 번에 하나씩 일을 처리하면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게다가 즐겁게 말이다.
나오미: 건강 B님, 벌써 다 끝내셨어요?
건강 B: 하다 보니 계획보다 일찍 끝났어요^^
나오미: 저는 뭘 하든 고민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요.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요.
건강 B: 그렇군요. 저는 한 번에 한 놈(?)씩 패면서 합니다. 닥치면 뭐든 하게 되네요^^
완벽주의라는 괴물 퇴치하기
내 안에도 괴물이 살고 있다. 나이는 3살인데 몸집은 헐크만 한 녀석이다. 덕분에 직장에서 처음에는 일을 빨리 배우는 사람으로 통했지만, 나중에는 일 자체를 허덕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 녀석은 최근까지도 나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마음을 가진 A와 B를 만나게 되면서 완벽주의 괴물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이번 인사이트 나이트 강연 준비에 적용해 보았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꼭 해야 할 것'에 집중했다. A의 '목표치 채우기'와 B의 '한 번에 한 놈만 패기'를 시전 해본 것이다. 놀랍게도 평소 며칠 걸릴 일을 3시간 만에 뚝딱 끝내버렸다. 남은 시간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집에 돌아와 리허설을 해보니 준비한 분량이 넘치도록 많아서 줄여야 했다.
완벽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완벽주의 괴물은 단순히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만이 아니라, 타인의 마음까지 통제하려는 무서운 지배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괴물을 품고 산다는 것 자체가 자기 학대일 수밖에.
함께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일이라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살짝 기대 보는 건 어떨까. 인사이트 나이트 리허설을 하며 조금 더 다듬어진 강연을 보면서 마음이 참 평온했다. 목표치 설정,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 부족한 부분은 공동체와 함께 채워가기를 시전 하여 앞으로도 여유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미지출처: Pixabay@Dieterich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