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관리하면 살이 빠질까?
결혼 후 체중이 5kg 증가했을 때부터 다이어트를 하려고 애썼지만 늘 실패했다. 지난 3월, 이사 후 배세권과 쿠세권으로 진입한 덕분에 3개월 만에 2kg이 더 찌고 말았다. 원래 입던 속옷과 옷이 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자 다이어트를 당장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먹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건에서 제시했던 <스트레스 다이어트>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전업주부이고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내게 유일하게 남은 스트레스는 바로 '살을 빼야 한다!', '적정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었다. 나의 식습관은 '늘 조금 과식'하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잘 먹는 건 좋지만 살은 찌지 말라.'라고 말씀하신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폭식은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자랑거리였다. 끼니를 잘 챙기기에 건강한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뼈대도 큰 편인데 잘 먹으니 늘 건장해 보이는 체격이라 속상했다. 가냘픈 몸매를 가지고 싶은데 먹는 건 왜 이렇게 좋은지, 힘들 때 먹는 음식은 왜 그리도 맛난 지... 이런 나에게 결혼 후 야식의 세계가 열렸다. 초반엔 적응하느라 살이 거의 찌지 않았으나 반복된 야식은 엄마가 정해 준 체중 한계선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게 참 나를 힘들게 했다. 이미 결혼을 했고 엄마는 내 체중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데 말이다.
상담시간에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화제로 꺼내어 보았다. 상담선생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수용받지 못하고 그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대한 강압적인 양육을 받으며 자라 그런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면서 체중의 어떠함에 상관없이 '당신은 소중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이어트에 신경 쓰지 말아 보라'라고 조언하셨다. 마음 편히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중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를 가장 살찌게 만드는 생각이 '살이 찌면 안 되는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그걸 버렸다. 그리고 아예 실컷 먹어버렸다. 야식도 맘껏 즐겼다. 그랬더니 몇 주 사이에 3kg이 급작스럽게 증가했고, 재밌게도 몸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40년 넘게 조절 따위하지 않던 내 몸이 말했다!! 이제 그만 먹으라고!) 몸살 기운이 들면서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기 시작했다. 밥맛이 떨어졌다. 야식을 안 먹어도 서럽지가 않아졌다.
이왕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으니 다이어트로 이어가기 위해 적당한 방법을 물색해봤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그리고 크게 변화 없이,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 게으르고 손목 아픈 나도 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바로 따뜻한 물 수시로 마시기와 저녁 1식을 샐러드 위주로 먹는 것, 그리고 야식을 안 먹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진 남편은 야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지만, 체중의 변화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결혼 초반에 내가 다이어트를 하려고 할 때, 그리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잘 먹는다며 자꾸만 먹였다. 같이 먹으면 더 맛나다고. 하지만 이사 후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자 드디어 자신이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지 야식은 과일 위주로 바꾸자고 했다. 그리고 내가 배부르다고 하면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
<스트레스 다이어트>라는 아이디어를 작년 초반에 생각해 놓고서도 실행하지 못했던 이유는 발상은 좋은데 전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오히려 체중조절에 대한 지나친 걱정을 놔버렸더니 몸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사람이란 참으로 신기한 생명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6월 6일, 10kg 한계선을 찍은 후로 몸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더니 야식을 끊자 바로 며칠 사이에 2kg이 훅 빠졌다. 그리고 열흘 전부터 -3kg 라인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목표는 결혼 직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아주 천천히 갈 계획이다. 몸이 찬 편이라 소화불량이 자주 일어나곤 했는데 따뜻한 물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신체 전반이 매우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고 소화도 잘 된다. '살이 찌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다이어트했더니 진짜로 체중 조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재미있다.
혹시 체중 관리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면,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면
'스트레스 다이어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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