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거실에 나오니 디지털시계가 이상하다.
1월 1일.
뭔가 두툼하게 걸쳐 입었던 코트, 카디건, 남방, 내복을 훌훌 벗어던진 느낌?
사람들은 왜 '새해'를 좋아할까?
아마도 리셋하기에 좋아서가 아닐까 한다.
연말까지는 미뤄뒀던 일들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하고 싶은 계획들을
'새해'에는 꼭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1월 1일이 되길 기다린다.
솔직히 젊었던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삶이 힘든 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특별히 즐겁고 대단히 행복한 감정에 충만한 성장기를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2022년은 색달랐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아주 많이 달라졌다.
그러자 2022년 하루하루가 소중해졌고 마지막 날을 보내고 2023년 새해를 시작하는 날이 귀하게 와닿는다.
작년에 많이 아팠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서 온몸이 말썽을 부렸다.
가서 따지거나 가르칠 수 없는 상대라 억지로 참아서인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제일 많이 아프게 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너무나 세세하고 촘촘한 체와 같은 기준.
그런 게 마음속에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통과하기 힘든 작은 틈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미워하기 일쑤였던 나.
부모님으로부터
세상의 소리로부터 하나씩 생성된 그 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인생이 발버둥 치며 다가왔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다양함은 너무나 다름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내게는 내가 옳지만
너에게는 네가 옳다는 걸 배우는 일은 만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체에 있던 철사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가자
마음에 평온이 깃들기 시작했다.
한창 썽이 나서 스치기만 해도 화끈거리는 뾰루지처럼
예민하게 굴던 자아가 흐릿해져 가니
세상살이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
그래서겠지?
이윽고 한 해의 마지막 날, 마지막 분과 초가 아쉽다.
새해 첫날을 만끽하는 게 어떤 건지 맛볼 용기가 생겼다.
올해 이루고 싶은 소망도 몇 가지 마음속에 적어놨다.
2023년 연말에는 그 소망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써보고 싶다.
[확인용]
1. 나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는 느슨하게
2. 많이 들어주지만 해야 할 말은 꼭 하기
3.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을 더 많이 알아가기
4. 2022년 지쳐서 깨진 신체적 균형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