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을 들으며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소리는 기분을 좌우하고, 좋은 음악은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
멜론에서 DJ 추천 <빈티지 재즈 캐럴>을 듣고 있다. 제작연도는 대부분 2010년대이지만 클래식한 느낌이 나는 곡들이다. 재즈풍의 느릿한 여유로움이 가득한데 그래서인지 듣고 있으면 몸이 편안해진다. 자연스레 기분도 함께 약간 들뜬 상태가 된다.
마트에 갈 일이 있었다. 이어폰을 끼고 있었으나, 세일 방송이 시작되자 음악이 전혀 들리지 않게 돼버렸다. 너무 시끄러워서 빨리 나가고 싶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살려 주변음을 제거하고 음악만 들을 수 있도록 설정하니 갑자기 조용해져서 고급진 백화점 명품관에 온 기분이 되었다. 너무나도 평온하고 설렜다. 심지어 조명이 포근하고 밝아진 느낌까지 들었다. 이 마트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청각이 예민해서 소음이 심한 곳에 있으면 잡음들에 휘둘려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편이다. 그런데 소음을 제거하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소리가 얼마나 사람의 기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글쓰기에 빠져 있는데 누군가 자꾸 카톡으로 말을 걸었다. 심심하지 않아 좋기는 했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좀 짜증이 났다. 그런데 캐럴을 계속 듣고 있으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소녀처럼 설렌 마음이 유지되고 있어 짜증을 내지 않았다. 심지어 감정이 상했으나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있는 분과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귀찮음과 짜증, 꺼리는 마음을 분명히 느꼈는데도 기분 좋은 상태의 태도를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빠른 댄스 가요나 시끄러운 록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처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교향곡이나 아름다운 성악가의 노래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어떤 곡이 듣고 싶다는 건 특정 감정을 느끼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음악을 듣는 동안 그 감정을 유지할 수 있고, 그 감정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캐럴을 들으면서 여유, 느긋함, 한가로움, 설렘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러자 부정적인 셀프 톡(Self Talk: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하고 있는 말)이 들리지 않았다. 쓸데없이 반추하며 우울해지는 소리들이 잠잠해지니 타인을 대할 때에도 캐럴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며칠 동안 캐럴을 듣고 있던 나는 마음 만은 한껏 차려 입고 앉아 재즈 공연장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내 안에서 저절로 생기는 기분이 스스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태도는 다르다.
좋은 태도를 보여주고 싶다면,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화났을 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에게 태도를 선택하라는 말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또 하나 올리는 것일 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을 습성처럼 가진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은 태도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기분을 관리하기 위해 행복감을 주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연구해보고 마음 건강에 좋은 소리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평온함, 따스함, 당당함, 만족감, 뿌듯함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도 있겠지? 상상만 해도 흥분되고 설렌다!
(이미지 출처: Pixabay@mollyros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