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라탕! 진짜 중국!

by 김효주

영덕에 마라탕 집 두 곳이 동시에 개업했다!

첫 번째 집을 다녀온 지 사흘도 안 된 어느 날 읍내에 일 보러 나갔던 나는 두 번째 마라탕 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여고생들이 잔뜩 몰려와 시끌벅적 마라탕을 즐기고 있는 식당, 그 안에 너무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을 졸라 얼른 두 번째 집을 향해 돌진! 지난번 글의 발행일이 2월 9일이었는데 이제야 글이 올라오는 것은! 너무나 맛이 있어서 자꾸만 생각나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글을 써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데! 이 마라탕은 자꾸 먹고 싶어서 글이 진도가 안 나갔다. 흐흐


그리고 조금 전 점심때, 마라탕을 먹으러 또 다녀왔다! 이사 가기 전 마지막으로!


대체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었던 걸까?


첫째, '마라'맛이 좀 더 깊었다.


먼저 글 <마라홍탕>에 소개했던 가게에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쌀국수 같네. 고수 향이 나서.' 오랜만이라는 기쁨에 신나게 흡입하던 나는 그 말에 다시 맛을 보았다. 앗! 마라가 고수한테 질 만한 녀석이 아닌데, 뭔가 이상했다. 진짜로 고수 향이 더 진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몇 년 만에 처음 맛 본 마라탕이라 비교 분석할 것 없이 기분 좋게 해치웠다.


하지만! 새로 생긴 마라탕 집을 발견하고선 그 집 마라탕 맛도 보고 싶어졌다. 남편에게 진짜 마라 맛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도전했다.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고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데까지는 똑같았다. 드디어 시식 시간! 이번엔 첨부터 제대로 맛을 보겠다고 다짐하며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이거 진짜다! 알딸딸하면서 얼얼하면서 고소한데 매운 느낌이 살아있었다. 지난번 가게에서처럼 순한 맛(아기 맛 다음 단계)을 선택했으나 아예 마라의 진하기가 차원이 달랐다. 너무 깊거나 거북하지도 않았다.


남편에게도 어떤지 물어보았다.

"오, 이거 다르네."

"그렇죠? 얼얼한 맛 느껴지죠?"

"응. 이게 마라 맛이야?"

"네! 으흐흐흐"


제대로 된 맛집을 두 번 만에 찾아버리다니!

그것도 영덕에 딱 두 곳밖에 없는데!

이야!! 넘 기분이 좋았다!


둘째, 자꾸만 떠오르는 맛이다.


두 번째 가게에서 마라의 진한 맛에 빠져버린 후, 나는 3일에 한번 꼴로 마라탕 앓이를 했다. 몸이 좀 피곤할 때나 맛난 게 먹고 싶을 때면 주로 떠오르던 메뉴들은 마라탕을 이기지 못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예를 들어, 파스타, 햄버거, 탕수육 등) 오직 마라탕의 진한 육수가 그리워지고, 쫀득하고 두꺼운 면만이 눈앞에 동동 떠올랐다.


벌써 네 번이나 먹었지만! 원하는 횟수만큼은 못 먹었다는 뜻이다. 이제 더 이상 그 맛을 즐길 수 없다니!

너무 아쉽다!


거의 다 먹고 국물만 남았을 때, 맛을 언어로 인식하고 싶어 국물을 한 숟가락씩 떠먹어 보았다. 근데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아직 안 드셔 보신 분들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해봤다. 슬그머니.

"오빠, 마라탕 먹으면 무슨 맛인 것 같아요?"

남편은 남은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음미했다. 그러더니 다시 한 숟가락, 다시 두 숟가락 맛을 보았다.

"이게 딱 설명할 수 있는 맛은 아닌데... 먹을수록 자꾸 맛이 더 나는 것 같아."

"그렇죠? 흐흐 그럼 어떤 맛이 나요? 예를 들어 단맛이나 신맛 같은 걸로 이야기하면요?"

"음.. 살짝 미소된장 맛이 나면서 살짝 니끼~하기도 하면서... 그런 맛이 나네."


그 후로도 우리는 마라탕의 맛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먹을수록 더 맛있다고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셋째, 중국에서의 추억을 살릴 수 있는 곳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들은 모두 조선족이신 듯했다. 카운터를 맡은 여사장 외에 나머지 두 사람은 거의 중국어를 사용했고, 심지어 중국어 방송을 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면 시끄럽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리고 친숙하고 그리운 느낌이 드는 걸까.


돌아보니 중국에서 마라탕을 처음 맛보았을 때에도 딱 이런 느낌의 공간과 소음이 있었구나 떠올랐다.


대형마트 1층 코너에 자리했던 하얀 인테리어의 그 마라탕 집은 사람들 북적이는 소음이 시장통 같던 곳이었다. 푸드 코트라 하기엔 너무 정신없었던 건, 그 식당이 마트 입구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었고, 그 옆엔 들고나는 사람들과 쇼핑카트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기 때문이다.


밝은 인테리어와 적당한 소음, 중국어, 북적대는 활기 속에서 식사하는 동안만큼은 자유롭고 시끌벅적하던 그 공간에 다시 와 있는 기분! 멀리 여행 가지 않아도 이미 그곳에 와 있는 느낌!


이런 이유들로 나는 두 번째 마라탕 집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마라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내게 있어 마라탕은, 짧지만 여러 가지 일이 가득했던 중국에서의 시간을 다시 맛 보여주는 워터볼이다. 아프고 슬펐던 장면도 있지만 이젠 지나간 일들을 외부에서 지켜보며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의 매개체이다.


이사 가는 곳은 큰 도시이다. 아마 더 많은 수의 마라탕 집이 있을 것이고, 다양한 맛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하지만 이곳처럼 중국을 깊이 맛 보여주는 집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못 만나면 어쩌지 걱정도 된다. 그래서 나의 소울푸드 마라탕 여행기는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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