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냄비

김치찜 자꾸만 생각나는 밤

by 김효주

에프

알람 소리에

주방에

나와 보니


가스레인지 위

파란 냄비 안에서

씁쓸한 검은 연기

흘러나오네


조금만 더 끓이자

불 낮춰두고

안방에서 책 읽다

잊어버렸다


엊저녁

먹고 남은 김치찜

점심때

국 대신 먹을랬는데


까맣게

타버린 냄비처럼

김치도

꺼멓게 그을렸다


'요리 불 올려놓고

딴짓하면 다 탄데이~!'

엄마 말

언제나 틀린 게 없어


꾸덕한 바닥

북북 긁다 보니

냄비와 불

꼭 사람 사이 같네


좋다 좋다 하면서

불 자꾸 지피면

금세 질리고

연기 나버려


차라리 냉랭하면

타지는 않지


이제는

냄비를 태우지 말자

김치찜

자꾸만 생각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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