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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ftable May 10. 2024

헤아리지 못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마음 - 나쓰메 소세키

“나는 끝까지 헛디딘 사실을 숨기고 싶었네. 동시에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지. 나는 그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했네.”


마음이란 뭘까? 사랑하는 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화를 냈을 때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하고 반성하기도 하고, 누가 봐도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할 때에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어..” 하며 자신을 설명하기도 한다.


무언가 모순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우리의 마음.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왜 그토록 어려울까?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내가 다를까 봐, 빈번히 내 마음의 의견을 무시하고 탈을 쓰며 살아가는 것만 같다. 결국 나의 진실된 마음과 드러나는 행동엔 어떠한 간극이 있게 되고. 이 책은, 그 마음의 틈에 갇혀 비극을 맞이하고 만 사람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선생님’을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항상 조용하고 점잖은 선생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친해진 주인공은, 그를 매우 존경하고 따랐지만 한편으로는 선생님에게 이상함을 느낀다. 그에게 선생님이란 인간 자체를 믿지 않으며, 세상과 동떨어져 자신만의 생각 속에 빠져 사는 느낌이었다. 대체 선생님은 어떤 과거의 일로 저런 사상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며 그의 과거를 묻지만, 선생님은 얘기를 주저한다.


"나는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까 남을 믿고 싶네. 자네가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겠나? 그래주겠어? 자네는 뼛속까지 진실한가?”
“만약 제 생명이 진실한 거라면 지금 제가 말한 것도 진실합니다.”


때가 되면 얘기해 주겠다는 대답을 받고, 주인공은 신장병에 걸린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고향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목도하고 있던 때에, 선생님으로부터 엄청난 장문의 편지를 받게 된다. 편지라기보다 그것은 고해이고 유서였다. 선생님의 과거의 발자취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자산가의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숙부에게 맡겨진다. 자신을 사랑해 주고 아버지도 깊게 신뢰하던 숙부가 아버지의 재산을 빼돌린 걸 알게 되고 그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야 만다.


그는 고향을 떠나 살게 된 하숙집에서 주인의 딸인 아가씨를 만나고, 세상 전부를 미워해도 그녀만큼은 미워할 수 없게 된다. 그 따듯한 분위기에서 얼어붙었던 주인공의 마음은 서서히 녹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선생님은 절친한 친구인 K군을 하숙집으로 불러왔다. K군은 본가와 양가 모두에게서 의절당하고 슬픔에 잠겨 있었는데, 이 집에서 자신이 그랬듯이 얼음 같던 마음을 녹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예상대로 K군은 더욱 나아졌지만, 자신이 사모하던 아가씨와도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주인공의 마음은 편치 않게 된다. 솔직하게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지 못한 채로 주인공은 아가씨와 결혼시켜 달라며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하고, 그 소식을 들은 K군은 자살하게 된다. 선생님은 평생 죄의식을 느끼며 공허하게 살다가, 끝내 자살하고 말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인해 행동하는지 파악하지 못했고, 세상이 보는 그의 모습에 자신을 맞추려다 보니, 자신이 진실되지 못하다고 느끼고, 죄의식은 커져만 갔다. 도망치며 선택은 미루어져만 갔고, 그 결과는 최악의 상황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선생님이 자신이 가진 결점을 받아들였다면 결과가 바뀌었을까. 누구나 나보다 앞서가는 친구를 질투하고, 별 것 아닌 걸로 서운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회피해 봐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결과가 나올 뿐이다. “상대가 이런 추악한 나를 알면 상처받을 테니까” 는 말은, 끝까지 본인을 인정하기 싫은 핑계일 뿐이다. 


나는 내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을까. 남에게 이중적 잣대를 들이밀고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일은 나에게 흔하다. 그리고 아마 많은 이가 그럴 것이다. 모순된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듬고, 나의 마음으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 -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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