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관찰기① 내가 보는 남편의 이상한(신기한) 점
연애할 때, 서로의 어린 시절 사진을 가져온 적이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어린이일 때의 얼굴이 궁금했다. 말갛고 뽀송한 얼굴.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교환하며 감탄하고 귀여워하고 마음속 깊이 저장했다.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딸. 이제는 가족이 된 지 십 년이 넘었다. 남편의 부모님도 이제는 나의 부모님이 되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 누구보다 끈끈하고 누구보다 사랑하고 누구보다 서로를 걱정하는 사이.
하지만 가족이 된다는 것이 쉽게 이루어질 리 없었다. 충분히 예상하고 각오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일. 나의 사고 흐름과 다른 그를 보며 머리 위로 물음표를 가득 띄웠다. 어떨 때는 그래서 고마웠고 어떨 때는 그래서 미웠다. 오래된 부부에게는 정녕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그래서 나는 작년에 남편을 관찰해 보기로 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 한여름 8월에 태어난 나와 한겨울 1월에 태어난 남편. 그 계절의 간극만큼이나 너무나 다른 우리. 그래서 내가 정리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 손흥민 골 알람을 설정해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것
- 손흥민 경기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인데 영국에 가지 않는 것
- 새 옷과 신발을 사도 옷장 안에 그대로 있는 것
- 약속된 시간 삼십 분 전에 도착하는 것
- 한 번 본 티비 영상도 여러 번 보는 것
- 인터넷 최저가를 찾아보지 않고 그냥 사는 것
- 한 번 쓰기 시작한 로션, 면도기, 미용실 등을 절대 바꾸지 않는 것
- 취미가 없었는데 갑자기 취미 부자가 된 것(원두 로스팅, 수영, 골프, 헬스 등)
- 아이의 열 체크를 체온계만큼 정확하게 하는 것
- 싱크대, 식탁, 마룻바닥의 물자국을 못 보는 것
- 화장실의 슬리퍼에 물이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 환기를 좋아하지만 공기청정기는 불신하는 것
- 에센스, 향 피우는 것을 싫어하는 것
- 과자,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지만 술안주로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것
-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 밥 먹는 것을 귀찮아하고 간을 신경 쓰지 않는 것
-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을 파악하고 인사를 잘하는 것
- 술만 마시면 갑자기 집안일(설거지, 분리수거 등)을 하는 것
- 삼성 야구 안 본다고 하면서 매일 체크하는 것
- 떡볶이, 마라탕, 닭발을 싫어하는 것
- 모기 한 마리 들어오면 잡을 때까지 잠 안 자는 것
- 집에서 입는 옷은 빵꾸가 나도 버리지 않는 것
- mbti를 불신하여 아직도 검사를 하지 않은 것
- 금쪽이, 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 관련 다큐 영상 등을 보지 않는 것
- 소파, 식탁이 조금 비뚤어진 것을 한눈에 아는 것
- 더운 여름에도 두꺼운 이불을 잘 덮고 자는 것
- 초코 초코 초코 모든 것이 초코인 것
으음. 과연 나와 다른 사람이로군. 남편을 파악하기 위해서 리스트업을 하면 할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는 어떻게 그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된 것인가. 이렇게나 성격도, 취향도, 행동도 다른 것을. 이상하고 신기할 뿐이었다. 우리 부부만의 일일까 싶어서 내 주변을 수소문해 보았는데 흐음. 일단 우리 부모님부터 너무나 다른 걸. 우리 시부모님도 마찬가지. 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퍼즐 같은 걸까나. 어딘가는 튀어나오고 어딘가는 들어가 있어서 옆으로 나란히 붙여놓았을 때 완성되는 그런 거...? 너무 이상적인데.
그리고 작은 책방에서 이현주 작가의 '내가 좋아한 여름, 네가 좋아한 겨울'이라는 제목을 마주쳤다.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둘은 한 발짝씩 물러섰다. 그만큼 거리가 생겼다. 그제야 서로의 진짜 모습이 보였다.'
그래. 조금 더 그 사람의 이상한(신기한) 구석을 찾아보려고 한다. 사랑과 이해의 첫걸음은 관찰에서부터 시작하니까. '알면 사랑한다'라는 것은 진리이니까. 십 년을 같이 살아도 신기한 사람. 아직도 내가 발견하지 못 한 그 사람의 신기한 구석들을 매년 조금씩 업데이트해보려고 한다. 다 안다고 생각한 순간, 또다시 까마득히 막연한 사람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