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를 쓰던 그 밤들은 혹독했다. 내가 누구냐고 물어오던 거친 질문들 중 성격과 가치관을 묻는 질문은 그나마 쉬운 축이었다. 살아오면서 겪은 역경과 그를 극복한 과정, 내가 보는 나의 모습과 남이 보는 모습의 차이 같은 것들을 붙잡고 있다 보면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끝없이 가라앉다 보면 종국엔 말라버린 우물 밑바닥에 앉아 있는 나와 마주했다. 쩍쩍 갈라진 그곳에는 깨지고 부서진 내가 볼품없이 널려있었다. 내가 내가 되지 못하고 억지로 만들다 실패해버린 조각들이었다. 베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그때 그 밤들을 생각나게 했다. 내가 누구지, 난 어떤 사람이지, 여기서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우물 바닥에서 수없이 했던 질문들이 고스란히 샤이론에게 넘어가 있었다.
말도 안 되는 말로 나를 부풀렸던 나와 달리 샤이론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색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파란색은 어린 리틀을 보듬어주는 안정감이었다. 사람을 침착하게 하고 진정시킨다는 파란색은 후안의 자동차에서, 거실 벽에서, 학교의 문과 벽에서 리틀을 안아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