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추가엔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
대짜는 고기추가에 보답과 결이 같다.
소중대로 파는 식당이라면 대짜를 많이 팔기를 희망할 거다. 하지만 현실은 가장 팔리지 않는 크기다. 일단은 4명인 손님이 적기도 하거니와 설사 4명이어도 손님은 중짜를 시키기를 원해서다. 그걸 강요하는 집은 손님이 넘치는 집이고, 대부분은 뒤돌아 인상을 찌푸리고 4명에게 중짜를 팔아야 한다. 이제 그 고생?에서 해방을 해보자. 4명에게 대짜는 물론, 3명에게도 대짜를 팔아보자.
늘 하는 말이 있다.
왜 고기집에서 고기 추가에 딸랑 고기만 내주냐는 소리다. 주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거기서 돈을 버는 거라고. 원래 다 어디나 그렇게 파는에 왠 잡소리냐는 얼굴이다. 참 어리석다. 그게 정말 식당에게 이득일까? 2명인 손님이 4인분을, 3명인 손님이 5인분을 먹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손님들은 고기추가를 내 돈으로는 실행하지 않는다. 아까워서다. 2인분에 깔아주던 반찬을 다시 다 달라는 것도 아닌데 고기추가하고 반찬 하나를 구걸해야 하는게 싫어서 고기추가할 맘이라면, 2차로 옆 고기집을 선택한다. 아니라고 부득불 우길 거 없다. 당장 지난 달 판매량을 보면 알 것이다. 고기 추가가 과연 얼마나 들어왔는지 확인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중짜의 가격이 4만원이라고 치자.
대짜는 5.5만원이라고 치자. 중짜나 대짜나 만드는 속도도 비슷하고, 인건비는 변동 없고, 광열비도 어슷하다. 중짜를 팔아서 2.5만원이 남고 대짜를 팔면 3.5만원이 남는다고 치자. 문제는 대짜는 중짜에 비해 8대2나 7대3이라는 거다. 만일 대짜도 중짜 못잖게 5대5 여도 상관없다. 이미 5대5 라면, 대짜가 7이 되는 건 더 쉬울테니 말이다.
대짜를 팔아서 꼭 3.5만원이 남아야 할까?
대짜는 중짜보다 상대적으로 덜 남으면 큰일 나나? 덜 남는다고 중짜보다 덜 남는 게 아니할진데 대짜의 마진을 죽어도 양보할 수 없는가? 대짜를 팔아서 3만원이 남아도 대짜를 파는 건 손해가 아니다. 그만큼 손님들은 중짜보다 대짜에서 가성비라는 것을 더 느낄 테고 결국은 재방문을 하거나, 소문을 내주거나 할테니 말이다.
십수년전에 파스타집을 클리닉하면서
피자로 재미를 봤다. 파스타 2개를 시키면 피자를 주는 컨셉이었는데 이게 파스타에서만 통한게 아니라 삼겹살집에서도 통했다. 심지어 초밥집에서도 피자를 줘서 줄을 세웠다. 동태탕, 부대찌개, 닭갈비 등등 모든 메뉴에 피자는 다 먹혔다. 이유는 공짜라서고, 둘째는 누가 봐도 만원의 값어치가 있는데 그게 공짜라서였다. 그래서 대형 체인점들도 그 컨셉을 따라했고, 지금도 피자를 주는 쭈꾸미나 아구찜집들이 성업중이다. 반대로 나는 지겨워서 피자를 주는 컨셉을 7년 넘게 쓰지 않았다. 원조인 나는 안 쓰고, 카피한 식당들이 활개를 치니 때론 웃겼다.
돌짜장도 내가 발견한 작품이다.
메뉴에 하나로 팔던 것을 꺼집어내어 오직 그거 하나만 파는 돌짜장집들을 20개쯤 만들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중국집이든 돌짜장을 거의가 판다. 오직 그것만 팔게 한 나와는 다르게 메뉴 수십가지 속에 하나로 파는 게 다를 뿐이었다. 방식은 다르지만, 손님의 눈에는 그게 그거다. 이젠 돌짜장이 희소하지 않다. 방송으로도 하도 나온 터라 누군가는 먹지도 않았는데 물렸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돌짜장은 빨간 시장이 되어 버렸다. 아직 출구전략을 짜야 할 지경은 아니지만, 외양간은 늘 미리 사전에 단단히 고쳐두는 것이 낫다. 기분이 쎄할 때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
또띠아를 도우로 쓰면서
자연산 치즈를 써도 피자의 원가는 3,500원쯤이면 된다. 그 정도면 어설픈 만원짜리 피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피자를 대짜 주문에 선물하는 것이다. 마치 2명인 손님이 고기 3인분째를 시키듯이 대하자는 것이다. 만일 지금도 돌짜장으로 매출이 6~7천을 넘는다면 그동안 번 돈이 있으니 대짜 가격을 동결해도 그만이다. 대짜에서 지금보다 덜 남겨도 타격이 없다. 오히려 손님이 줄지 않으니, 오히려 중짜보다 대짜가 더 팔리니 결과적으로는 더 나을 것이다. 만일 돌짜장을 팔면서도 3~4천의 매출이라면 무조건,이다. 어쩌면 중짜에도 피자를 줘야 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팔라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대짜에 피자를 반찬으로 주어도 차별화는 될테니 말이다.
돌짜장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부대찌개나 닭갈비에도 적용된다. 첫주문으로 2인분과 3인분은 놀라움의 반응이 다르다. 2인분 양도 많은데 3인분은 오죽할까? 3명이 2인분을 시키라고 권해도, 손님 스스로 “우린 피자도 먹을거니까 그냥 3인분으로 주세요”라고 한다면 식당이 이긴 셈이다. 그렇게 대짜를 더 팔려고 해보자. 첫 주문을 3인분으로 시작하게 해보자. 피자 원가 3,500원을 다 양보하기 싫다면 2천원쯤 올려도 된다. 피자 추가 11,000원이니 셈이 빠른 손님은 대짜나 3인분에 도전할 확률이 높다.
만일 별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아도 괜찮다.
보쌈 고기처럼 삶아두는 것도 아니고, 남으면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로스에 대한 손실이 적으니 메뉴판에 “대짜는 피자까지 쏩니다” “첫 주문이 3인분이면 피자는 선물이에요”라는 것을 알게끔만 해도 성과다.
어떤 피자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답도 쉽다.
공짜로 주는 피자다. 팔려고 만든 피자가 아니다. 그러니 정해진 틀이 없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가 그날의 토핑이다. 그래서 날마다 다른 피자라 먹는 손님도 재밌다. 지난번에는 해물피자를 이번에는 버섯피자를 먹으니 색다르다. 그렇게 오마카세 피자,라고 이름을 붙이자. “어떤 피자가 나올지는 주방 사정입니다. 그때마다 달라요”라고 말을 해주면, 그걸로도 손님과 대화꺼리가 될 수 있다. 얼마 전에 구입한 중고 피자기계는 30만원이었다. 과부화를 피하게끔 전기만 별도로 빼주는 공사를 하면 된다. 주방에 공간이 없다면 홀로 빼내도 된다. 구차한 이유로 피할 거 없다. 맘만 먹으면 80센티 작업대 하나 놓을 공간은 어떤 집이나 있다.
장사는 심리싸움이고, 셈의 싸움이다.
손님은 적게 내려고 하고, 주인은 많이 팔고 싶다.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칼자루를 쥐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대짜에 피자, 3인분에 피자로도 손님은 단골이 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훈수가 딱부러지게 먹히지 않아도 날린 돈은 백만원쯤이다. 손님이 줄어가는 걸 안타까워하는 것보다 훨씬 싼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