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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타이밍

팔지 못하면 다시 가난해진다.

by 타짜의 클리닉

우리나라는 노포가 되기 어려운 나라다.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월세를 올리거나 내모는 건물주도 있지만, 잘되는 가게 근처에 미투 경쟁자가 낯부끄러운 줄 모르고 덤비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누누이 팔 때가 지금이라고 알려주지만, 대게는 당장의 높은 매출과 수입 때문에 머뭇거리다 그 시기를 놓쳐버린다. 그게 단순히 약간의 권리금 손실로 이어지면 괜찮은데, 실상은 더 큰 피해로 다가온다. 한 때는 억대가 넘는 권리금에도 팔라는 전화가 많던 식당이 무권리에도 가져간다는 사람이 없어 원상복구비용까지 들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 과연 팔아야 할 그 타이밍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첫째가 내 가게에 직원으로 있던 사람이 내 메뉴 그대로를 가지고 가까이에 차릴 때다. 멀리도 아니고 근처에 버젓이 차릴 때, 분노와 서운함이 교차하겠지만 내가 난 자식도 내 맘대로 안되는데 어쩌겠는가. 그 꼴이 보기 싫으면 가게를 팔아야 한다. 원조 싸움에 휘말려본 들이다. 상대가 악착스럽게 가격을 무기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하면 결국 공멸로 끝이 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인품이라면 바로 근처에 차리질 않았다. 나쁜 인성이기에 코앞에 차렸고 나를 이기겠다고 차린 거니, 그런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물론, 내 가게보다 규모가 크고, 입지도 좋았을 때의 이야기다. 어쩌면 그 직원은 일부러 내 가게로 와서 일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충분한 자본이 있음에도 내 노하우를 더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장기알바를 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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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내 가게가 잘 되니까

따라쟁이가 생겨나는데 그것도 한골목 가까이에 생길 때다. 역시나 나보다 더 나은 입지에 내 가게보다 크고 나은 시설로 오픈한 경쟁자가 있다면 서럽지만, 가게를 그때 넘길 때라고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경쟁자가 같은 골목에도 생기고, 옆골목에도 생긴다면 그땐 정말 가게를 팔아 치워야 한다. 비슷한 가게의 난립은 역시나 공멸이다. 찜닭집이 그랬다. 한 골목에 브랜드가 다른 5~6개가 장사를 했다. 육회집도 그랬고, 조개구이도 그랬다. 뭔가 유행한다 싶으면 브랜드가 다른 체인점들이 득실대니 손님들은 질려버린다. 체인점이 아닌 독립점은 그런 경우가 사실 드물다. 드물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내 가게가 만만해 보인다면 얼마든지 그런 날벼락은 생길 수 있다. 특히 주인이 고압적이거나, 손님을 돈으로 본다는 소문이 난 성업식당이라면 경쟁자는 그 틈을 언제든지 파고 들 수 있다.



경쟁자는 내 패를 고스란히 다 봤다.

손님으로 파악했고, 가게 밖에서의 소문까지 챙겼다. 잘되는 이유가 뭔지를 정리했고, 그걸 이겨낼 방도를 모색했다. 거기에 자본이 더 충분하다면 그리고 성업식당의 주인이 이제는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있다면 경쟁자의 출현엔 걸림돌이 없어진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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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은 소리도 딱했다.

그 가게는 보증금 1천에 월세는 60이었다. 30평이었는데 자리가 끄트머리에 사람도 지나지 않는 가게라 조건이 그랬다. 그 덕에 5천으로 어찌어찌 오픈을 할 수 있었다. 고기집이었다. 나쁜 자리에 주차도 할 수 없는데 밥을 판다고 손님이 올 리 없어서, 저녁 술손님을 겨냥한 고기집으로 오픈해주었다. 메뉴는 한가지였다. 고기집들이 다 파는 흔한 여러부위를 팔지 않고, 오직 한가지 부위만 팔라고 밀어부쳤다. ”팔지 않는 고기는 정육점에서 사오시면 구워드려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딱 한 부위만 파는 고기집이 탄생했다. 외진 자리에 차린 고기집 컨셉이 신선해서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 3천을 파는 게 목표였는데 4천을 넘나들었다. 저녁에만 문을 여니 저녁 내내 붐비는 고기집이 되어 버렸다. 주인은 나에게 ”5~6천을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나는 ”5천을 투자해 4천 매출인 고기집이면 만족하시라“고 냉정하게 말한 덕에 우린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바로 옆 동네에 2호점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헤어졌으니 조언을 해줄 수 없었다. 4천인 매출을 5~6천으로 올리려면 낮부터 팔면 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다. 점심에 일할 직원 인건비와 주인이 조금 서둘러 일을 더 하면 된다. 그런데 바로 옆동네에 2호점이라니. 그 옆동네에서도 오던 손님들이 더이상 본점을 올 이유가 없게 만들었다는 소리에 안타까웠다. 낮에 문을 열어도 저녁에 부부는 함께 있는다. 그러나 2호점은 다르다. 이제 가게가 2개가 되었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 각각의 매장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둘이던 기둥이 이제 혼자서 버텨내려니 버거워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코로나 시기와 맞물렸던 탓도 있겠지만 2호점은 망했다는 소식을 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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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2호점으로 힘이 분산된 그 틈에, 1호점 골목에 더 나은 자리에, 더 큰 규모와 번듯한 인테리어를 한 고기집이 등장했던 것이다. 메뉴는 당연히 같고, 컨셉도 물론이거니와 한층 더 업그레이든 된 서비스까지 갖춘 경쟁자의 등장이었다. 그 하나 만으로도 벅찬데 또 다른 경쟁자도 등장해버렸다. 역시나 1호점의 패를 훤히 보고 차린 경쟁자였다. 2호점을 차리지 않았다면 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부 둘이서 단단하게 단골을 챙기는 모습에 감히 덤비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 뒤의 이야기는 건너 뛰겠다. 결론은 그 고기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권리금으로 겨우 3천을 불렀다는데 부동산에서 하는 말이 “자리도 나쁘고, 손님이 없는 가게를 누가 3천이나 주냐?”였다. 저녁 장사만으로 4천을 팔던 가게가, 5천을 들여 차린 식당에서 월 1천을 벌던 가게가 이제는 손님도 없는 가게를 누가 그만한 권리금을 주냐, 소리나 듣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계속 멘토로 있었더라면,

결단코 옆에 2호점을 내는 걸 말렸을 것이다. 아예 구가 다른 동네라면 몰라도 바로 옆 동네에 2호점을 내는 어리석은 짓은 분명히 막았을 것이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일해서 얻어낸 열매를, 각자 하나씩 운영하면서 얻게? 되는 모진 결과에 대해서 설명 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가게를 열자니 경쟁자들이 손님을 빼앗아가고, 가게를 접자니 권리금 3천도 받지 못한다면 보증금이 겨우 천만원이거늘 그 돈으로 다시 뭘 한다는 말 인가?



더 나은 매출을 바랄 때

내가 한 말은 이랬다. “형, 월세 60짜리에서 저녁 장사만 하고 4천이면 형수랑 두 분이 천만원은 버는 셈이에요. 1년이면 1억2천을 버는 직장인 거에요. 저에게 그랬잖아요. 칼국수집 매출이 2천 되는데 5년이나 걸렸는데 석달 만에 3천이 왠 꿈이냐고. 그걸 잊지 마세요. 단단한 4천짜리 식당 하나면 형네 동네 아파트 정도는 금세 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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