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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Feb 24. 2018

왜 공룡과 싸우라고 할까?

자기 돈 아니라서다

시내, 도심, 역세권, 번화가에서 창업하는 것은 능력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많은 권리금을 낼 여유가 있고, 비싼 월세를 주고도 남는다면 멀리 나가는 것보다 가까운 번화가에서 장사를 하는 게 나쁠 리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그런 자리를 나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두가 그런 자리를 좋아한다. 유동량에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너도나도 뛰어드는 것이다. 아파트 세대수가 많으면 상주인구가 많으니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아직도 여의도, 마포, 강남과 같은 오피스 지역은 천정부지의 권리금과 월세여도 창업자가 끊이질 않는다. 경쟁자가 많으니 세는 내려올 줄 모르고, 경쟁가가 눈독을 들이니 권리금을 깎기는커녕 조금이라도 더 주고 얻겠다고 난리다.      


진짜 문제는 공룡의 등장이다. 수억 원의 권리금을 주었다고 가게가 크지는 않다. 월세가 수천만 원이라고 식당의 크기가 수천 평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산본 2층의 가게가 70평이지만 권리금은 2억이다. 강남역 2층의 가게가 겨우 100평이지만 월세는 2천만 원이다. 크기로 따져봐야 겨우 100평 미만 짜리다. 그런데 대기업이 뛰어든 한식뷔페를 가보자. 기본이 수백 평이다. 거기에 음식 값도 싸다. 눈치 보지 않고 아무리 먹어도 1만 원 초반의 값이다. 삼선짬뽕 2그릇 값이면 쾌적한 초대형 식당에서, 모두가 아는 브랜드의 음식을 원 없이 먹는다. 주차장도 훌륭하고, 직원들의 서비스도 남다르다. 그런데 값은 겨우 1만 몇천 원이다. 이런 식당과 커본들 100평 미만인 식당인 당신이 싸워서 진짜 이길 수 있는가?     

이것만 있을까? 수천 평에 달하는 초대형 쇼핑몰에 한 개 층이 식당이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백화점도 먹거리를 앞세워 손님을 유인하느라 수천 평을 식당에 할애하고, 그것부터 공을 들여서 세팅한다. 각 지역의 명물 식당을 초빙해서 손님들에게 맛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렇게 수천 평 식당과 권리금 수억을 준 내 100평 식당이 싸우면 싸움이 될까? 이렇게 수천 평 쇼핑몰, 백화점까지 등에 업은 식당과 월세 2천만 원짜리 내 식당이 경쟁이 될까? 우습게도 허름한 식당은 경쟁이 된다. 뒷길에서 드럼통에 돼지갈비 구워 먹는 집들은 저런 초대형 현대식 식당과의 싸움에서도 별로 밀리지 않는다.     

 

돈 많다고 자랑할 거 없다. 아무리 돈 많아도 아파트 한 줄 살 돈은 있을 리 만무하다. 대기업에서는 수백억을 저리로 쉽게 대출받지만, 당신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수억 대출을 받자면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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