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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Feb 25. 2018

스스로 뛰어드는 월세 노예살이

돈 놓고 돈 먹기일뿐이다

한 쇼핑몰에서 부대찌개를 하는 A 씨의 임대료는 3천만 원이다. 가게 평수 라야 30평 정도에 불과하다. 평수에 비하면 상상도 안 가는 높은 월세다. 그러나 A 씨는 월세가 대수롭지 않다. 워낙 유명한 쇼핑몰이다 보니 손님이 하루 종일 끊이지가 않는다. 30평에서 시간과 평일, 주말을 구분한 알바까지 포함해서 대략 25명이 일을 한다. 그리고 월 매출 2억을 찍는다. 많은 급여와 월세 3천을 주고도 수천을 벌어가니 외려 남는 장사다. 잘한 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손님을 끌어와 주는 대가로 내는 월세가 아니라 경쟁자들의 난립으로, 과하게 거품으로 오른 월세를 지불할 때가 문제다. 10평짜리 가게의 월세가 300은 이제 흔하다. 20평짜리 초밥집이 월세 800을 내기도 한다.      

물론, 자리가 형편없지는 않다. 유동량도 있고, 상권의 크기도 크다. 대신 그만큼 상가의 수도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높은 세를 냈으면 상권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기능이 필요한데, 상가는 난립되어 손님의 수보다 장사꾼의 수가 더 많은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했던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 매출이 적다고 임대 계약서를 다시 쓸 수도 없다. 건물주는 임차인의 매출엔 관심이 없다. 장사가 힘들어도 약속한 월세를 받아야 한다. 장밋빛 꿈을 꾸고 차린 식당이니까 높은 월세도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설마 최소 그 월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절망적인 매출일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은 지옥이 되어 버렸다.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자본가가 나를 카피해서 부진한 매출일 수도 있고, 내가 들어갈 땐 없던 유명 체인점이 뒤늦게 생겨서 타격을 입기도 한다. 300만 원쯤이야 시작한 월세가 발목을 잡는다. 벌어서 가져갈 생각보다는 벌어서 월세를 감당해야 할 걱정이 앞선다. 그러니 어떡하든 원가를 줄이게 되고 아끼게 된다. 좋지 않은 재료를 선택하게 되고, 경험자보다는 초보자를 써서 인건비도 줄이려고 한다.     

바로 악순환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월세를 맞추기 위한 장사를 하는 것이다.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노예살이가 시작된 것이다. 스스로 결정한 사서 하는 고생길이다. 사장님 타이틀 따자고 시작한 장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왜 비싼 월세를 만만하게 보는지 안타깝다. 한 번은 부산에서 있던 일이다. 100평짜리 파스타집 월세가 2천이었다. 그것도 2층에서. 장사를 하면 손실이 2,500만 원이고 장사를 하지 않으면 월세 2천에 관리비 정도면 되었다. 장사를 하려고 문을 열면 더 손해 나는 구조였다. 그만큼 장사가 안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필자에게 영혼 없는 목소리로 답을 했다. “그냥 던지세요. 안 되는 게임을 뒤엎자고 욕심내다 건강까지 잃으세요”


돈이 너무 많다면 식당은 적합하지 않다. 사업으로 할 것이 아니라, 5~6억 투자해서 1~2천이 목표라면, 의외로 그런 부자들은 쉽게 포기하고 자멸하기 쉽다. 없는 사람처럼 간절함이 없어서다. 은행이자 보다 나으면 괜찮다는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벌이가 신통찮으면 마음이 귀찮아서 수억 투자금도 쉽게 던지고 만세 부르는 꼴을 수없이 봤다. 정말 간절한 사람들이 식당을 해야 가성비가 있다. 있는 사람일수록 원가 30%가 넘으면 하늘이 두쪽 나는 줄 안다. 심지어 손님을 무시하는 점주도 봤다. 6억 투자한 돈가스 집 사장이라고 8천 원짜리 먹으러 온 손님이 하찮게 보여서 그런 건지, 몸이 배인 거만한 티가 나는 꼴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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