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악회장을 만날 것인가?
2. 멘토를 찾기 위한 옥석 고르기
100일을 꼬박 집에서 책만 읽었습니다. 아내의 구박과 의심의 눈초리는 끝이 없었지만, 끄떡도 하지 않고 책을 파고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잡히는 개념이 신기했습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왜 상권이 중요하고, 왜 업종마다의 차이가 있고, 왜 장사라는 것이 심리싸움인지도 알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답답함도 정비례했습니다. 교수들의 책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아서 지루했고, 컨설턴트들의 책은 서로 공유하고 글을 쓰는지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애매모호한 설명으로 믿으라는 소린지 어쩌라는 소린지, 이게 맞다는 말인지 저게 맞다는 말인지 헛갈렸습니다. 식당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성공담은 한결 같이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드라마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모두가 물고기 머리는 왼쪽에 두고 그리라는 설명에 실망감도 들었습니다. 진짜배기는 감추고 겉으로 미끼만 던져 준 것 같아서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많이 볼수록 옥석이 저절로 가려졌습니다. 어느 게 진심으로 적은 글인지 알맹이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에 이만한 줏가를 올린 외식인이 또 있을까 싶은 백종원 씨의 책이나, 한 동네를 평정한 젊은 창업가들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용기를 주었기에 100권 가까운 책에서 밑줄이 가장 많은 책 10권쯤이라는 사실에 100일의 도전은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열몇 권의 책 중에서 동네 한량인 화진 아빠의 책이 몇 권이라는 점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같이 동네 식당에서 식사를 할 적에 그가 말하던 툭 던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이해가 되니 새삼 달리 보였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책 100권쯤을 읽었습니다. 이제 뭘 할까요?”
그러자 의외로 따뜻한 목소리로 답을 줍니다.
“뭘 하고 싶은데? 뭘 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책을 읽어서 솔직히 복잡합니다. 더 어렵습니다. 이 책은 이게 맞다고 하고, 저 책은 저게 맞다고 하니까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맞아. 그러라고 책을 보라고 한 거야. 앞으로 철수 아빠가 할 무수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우쳐보라고 그리 한 거야. 그리고 또 얻은 게 있을 거야. 식당 창업이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고 위험하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맞다는 걸 거야. 안 그래?”
정확한 말이었습니다. 책을 보기 전에는 내 자본에 적당한 자리를 구해서, 요새 잘 되는 업종을 골라, 누가 알려주면 배워서 차리고, 그게 어려우면 체인점으로 시작하면 되지란 생각이었습니다. 차리고 나서는 더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 잘하고, 잘 웃고, 좀 더 많이 주면 그거 뭐 어려울까?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책 100권쯤을 읽고 나니 그 생각이 얼마나 가소로운지는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깨달음만으로도 책값은 아깝지 않았고, 책을 읽은 시간은 소중하기만 했습니다.
어렸을 때 당구를 배울 때 무작정 공을 치면서 공이 구르는 방향을 보면서 배운 친구와 책을 통해 당점과 회전의 이유를 배우고 친 친구의 실력 차이처럼 사뭇 다름을 책을 통해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형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책도 좋지만, 직접 형님이 컨설팅해주면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낫지 않나요? 형님도 돈 버셔서 좋고요” 그러자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합니다.
“책을 그만큼 읽었으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읽기 전이었다면 그런 소리는 못 할 테니까. 그런데 말이야. 당사자가 이해를 하면서 따르는 내 판단과, 당사자는 다른 의견임에도 전문가인 내가 하자고 해서 따르는 결정이라면 어떨까? 그 결과가 좋을까? 본인은 1+1은 절대 3이 될 수 없다고 믿는데 내가 4나 5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면 그걸 따를 수 있는지 말이야. 본인도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이 있고, 경험이 있는데 말이야”
또 긴 이야기는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 세세한 이야기는 화진 아빠가 쓴 열몇 권의 책 중에서 서너 권만 직접 읽음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테니, 저는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그 책을 쓴 사람의 생각, 방향을 읽어라.
그 생각과 논리의 수준이 합당하고 올바른지 판단해라.
내가 본으로 삼고 따라도 좋은 멘토, 스승인지 결정해라.
결정했다면 그 방식을 의심하지 마라. 나는 초짜지만 이미 그는 프로니까 믿고 따라라.